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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수 차이가 최대 2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경우 현행 246개의 선거구 중 62개의 선거구가 분구 또는 통합 대상이 된다는 보도이다. 따라서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은 대대적인 선거구 조정과 변경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논의해야 하나?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선거구 획정을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은 국회에서 이루어졌다.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헌재 결정의 결과 선거구 획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다른 독립기구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질 경우 의원들의 이해관계로 다수의 게리맨더링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기구에 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구 획정만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닐 듯하다. 이 계제에 선거제도 자체의 변경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은 인구가 희박한 농촌에서의 선거구 감소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의 선거구 증가를 야기할 터인데, 지역 대표성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헌재 결정의 효과에 대한 보완책이 선거제도 변경을 통해 마련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제도 변경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몫인데, 여기에서는 어떤 대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나? 우선 선거제도 변경이 개헌과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양원제 논의가 필요하다. 그 경우 하원은 인구 대표성을,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바탕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을 감안하지 않고 현행 헌법을 전제로 한다면, 다음과 같은 대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이다. 이는 영·호남 지역주의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호남 정당이 상대 지역에서도 의석을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할 경우 소수 정당에도 일정 정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는 어떤 후보는 다수 득표로, 또 어떤 후보는 소수 득표로 당선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둘째는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를, 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다. 이 경우 도시에서는 소수 정당에도 유리한 중대선거구제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소선거구제가 적용될 농촌에서, 특히 농촌이 대다수인 영·호남에서 지역주의 약화 효과는 훨씬 덜할 것이다. 이 제도 역시 중대선거구제의 가장 커다란 약점인 당선의 불비례성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셋째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인데, 이에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를 결합한 독일식 방식과 양자를 병립시킨 일본식 또는 한국식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자를 채택할 경우 정당명부 당선자와 소선거구 의석 수가 1대1 정도(한국의 경우 150명 대 150명)가 되어야 하는데, 과연 지역구를 150개 정도로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양자의 의석 수를 200 대 100으로 조정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초과 의석이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한편 양자의 의석 수를 200 대 100으로 하는 후자의 병립식을 채택할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 의석 수 100석을 잘 활용해 각 권역의 대표성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경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뿐만 아니라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선거구제와도 병립될 수 있으니, 선택 대안은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선거구 획정에 있어, 특히 그것이 선거제도 변경까지 고려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매우 많다. 문제는 각 의원 및 정당의 좁은 이해를 넘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국회의 능력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정당정치는 과도한 정쟁과 갈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선거구 획정과 더불어 선거제도의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 정당정치가 한 단계 진전되기를 기대해본다.


정해구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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