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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손편지

opinionX 2014. 10. 29. 21:00

나이 든 사람들에게 편지는 손편지를 의미한다. 젊은이들은 편지 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톡을 떠올린다고 한다. 편지에도 세대 차가 존재하는 걸까.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손편지를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말랑한 연애 편지나 격식있는 글은 손편지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진정성을 더 담을 수 있어서일 것이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문화는 세상과의 대면 접촉을 가로막는다. 그러니 직접 대면 때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 상대의 외모와 표정, 목소리 등을 모른 채 짧은 글만으로 소통하니 유대와 신뢰가 깊어지기 힘들다. 속도는 빨라도 메마르고 사무적이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 손편지는 이런 결함이 별로 없다. 말이나 짧은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세세하게 풀어 펼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적는 것은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손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 더 큰 울림을 갖는 이유일 게다.

엄마의 밥상을 받은 한 소외계층 어린이가 빈도시락을 돌려보내면서 적은 손편지와 감사의 말을 전하는 핸드폰 문자메시지 _ 전주시 제공


그제 결식 아동이 전북 전주시청에 보낸 손편지가 화제다. “진짜 짱짱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2그릇 먹었어요.” 전주시가 매일 아침 도시락을 제공하는 관내 청소년 183명 중 한 명인 이 아이가 감사의 마음을 쪽지에 써 보낸 것이다. 작은 종이에 삐뚤빼뚤하게 쓴 글에는 아이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아침마다 굶는 고통에서 벗어난 행복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아이가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글을 보내왔다면 호소력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이처럼 손편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구글이 “아빠 생일에 하루 휴가를 보내달라”는 한 직원의 딸이 쓴 손편지에 감동해 1주일 휴가를 줬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감동적인 편지보다 슬픈 편지가 더 많은 듯하다. 팽목항을 비롯해 전국에 나붙은 세월호 참사 가족의 손편지들도 그렇다. 이 가을, 슬픔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타들어간 그들에게 위로의 손편지 한 통 보내는 건 어떨까. 세상이 조금이나마 밝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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