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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만큼이나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환경회의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194개국 정부와 국제기구, 산업과 시민사회 대표 약 2만명이 참가하여 지난 9월29일부터 10월17일까지 3주 일정으로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바로 그것이다.

국제적 중요성이나 그 규모 면에서 4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훨씬 능가하는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는 2010년 총회에서 결의한 2020년까지의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20가지 목표가 얼마나 이행 되었는지 중간 점검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추가 행동을 논의하여 이를 평창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총회 전망은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간의 이행 경과와 전망을 담아 사무국이 발간한 4차 지구 생물다양성 전망은 20가지 목표, 53개 구성 요소 중 육상보호구역 17% 확대 등 4개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49개 요소는 달성이 어렵거나 심지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각국이 제출한 국가생물다양성계획과 현장에서 느끼는 당사국들의 반응 역시 목표 달성의 희망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1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191개국 장관급 대표단이 참가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고위급회의를 하던 중에 참가자들과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위급회의는 이날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개발도상국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자는 ‘강원선언문’을 채택했다. (출처 : 경향DB)


개최국인 한국은 국제사회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평창로드맵 채택을 주도하며 이의 지원을 위해 바이오 브리지 과학기술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강원선언문 채택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총회를 앞두고 마련한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이나 총회 운영 모습을 보면 총회를 유치한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2010~2020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내용인 서식지 감소 등에 대한 대책은 국가전략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도 연안 매립과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 대형 댐건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의 풍력 발전 허가 계획 등 각종 개발 사업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정부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총회 운영과 준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고위급 회담에서는 통상 개최국 정상이 참여해 개최국의 생물다양성 비전과 국제사회에의 기여 의지를 밝히는 것이 관례이나 대통령은 아셈회의 참가로 출국했다. 또 가설 텐트에서 회의가 진행되어 방음이 안되는 것은 물론 전기풍로로 난방을 하고 심지어 인터넷이 끊겨 회의가 지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CBD사무국과 세계 시민사회는 2010~2020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의 추가적인 노력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부실한 총회 개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총회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애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정부는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는 추가적인 노력을 약속하여야 한다.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총회 결정에 따라 충실히 보강하고, 생물다양성 훼손 논란이 이는 각종 개발 사업을 협약의 정신에 맞춰 재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 천명은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진정한 생물다양성 강국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 토대를 마련한 획기적 행사로 이 총회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박중록 | CBD 한국시민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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