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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1960년대 초 100달러에 불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물론 지역 간 발전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소득 양극화와 부의 편중 현상도 심화되었다.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제조업 중심,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정책이 낳은 결과물들이다. 불균형 성장이 남긴 상흔은 농업과 농촌에서 특히 현저히 나타났다. 농업이 장기 성장정체에 빠지면서 농가소득은 도시의 60% 수준까지 추락했다. 텅 빈 농촌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기고,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도 오래다. 전국 읍·면 농촌지역의 43%가 소멸위험지역이라는 암울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들 불균형 성장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래서 역대 정부마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핵심과제로 내세워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과 경쟁력, 시장논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이 지속되고 수도권의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공급사업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효율성과 경쟁논리에 따라 정책의 초점을 수도권과 도시지역에 집중하는 한 계층 간 소득 불평등과 지역격차 해결은 어렵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설정하고 포용적 성장을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포용국가 비전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해소는 물론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계층 간, 지역 간의 합리적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에는 국토의 80%를 차지하는 농·산촌의 균형적 발전과 농촌주민들의 삶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처럼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 그리고 도시민 중심의 성장과 발전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다. 일찍이 토다로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통합적 농촌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시 농·산촌으로 오도록 만드는 균형성장, 균형발전이어야 한다. 농업과 농촌에 더 많은 투자와 범국가적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고 국가예산도 대폭 늘려 종합적인 농업·농촌 발전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자원을 이용한 융복합산업화 정책 추진과 마을기업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도시의 60%까지 추락한 농가소득을 다시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청년들이 찾는 복지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세상은 인간과 기계가 상존하는 초연결·초지능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드론과 로봇, 무인트랙터가 상용화되는 미래에는 농업·농촌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농촌지역의 고용도 늘고 있다.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과 스마트팜 기술시대를 앞당기고, 유럽의 선진국들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잘 조화된 농·산촌을 가꾸어 함께 잘살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그런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균형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잘살고자 하는 공동체적 가치이고 철학의 문제이다.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용기 | 영남대 교수 식품자원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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