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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데다 원전 사고 은폐, 문서 위조, 불량부품 사용, 직원 비리 등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 4명 중 3명이 원전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자에 드러난 한빛원전의 문제들을 보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한수원은 설계도면 확인 없이 수년간 원자력 압력용기 용접부의 엉뚱한 부위를 검사했고, 세관 균열이 발생한 증기발생기의 고장 부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복수기에서 검출된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30배에 달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원인은 품질보증·관리절차의 미흡, 원자력 종사자의 절차서 준수 위배 또는 절차서 이해 부족 등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자력산업체는 일반산업체보다 엄격하게 품질보증·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품질보증·관리절차서에는 원전 신뢰성 확보와 사고 방지를 위해 원자력시스템 설계·제조, 원자력발전소 운영관리 및 인력관리 등 모든 품질 관련 활동들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물론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품질보증·관리절차서는 원자력 선진국에서 개발한 절차서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들은 현행 품질보증·관리 시스템 준수 위배 또는 전문지식 부족 등 때문이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활동가 등이 4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월성1호기 사용후 핵연료봉 다발 파손 사고 진상규명과 사고 은폐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국내 원자력계가 세계적 수준의 원전 운영기술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 및 소재, 설계, 제조 및 운영 관련 검증·평가·관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후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수십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원자력 시스템 및 품질보증·관리절차서 등의 개발 결과물만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개발 결과물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는 부분적으로만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원자력 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원자력 기술 수준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의 전략적 원자력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국내 보유 원자력 기술(원자력 설계 및 제조 기술, 개발 및 검증 기술, 원전 운영 및 성능평가·관리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냉정한 평가,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 그룹 확보, 전문가 그룹에 의한 원전 운영지원 시스템 및 성능 검증·평가 시스템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전문가 그룹이 제시하는 국내에 부족한 원자력 기술 확보를 위한 추진전략 및 추진체계 수립, 원자력 기술 관련 전문 인력 교육시스템 및 자격인증 시스템 확보도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원자력 관련 문제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계속운전, 신규 부지, 중·저준위 방폐장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그러하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고안전·고성능의 원자력 시스템을 확보해야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김규태 |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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