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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이빨고기. 남극해와 인근 심해에서만 사는 희귀 어종이다. 미국에서는 ‘칠레 농어’, 칠레에서는 ‘바칼라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메로’로 불린다. 최대 2.3m까지 자라며, 무게는 200㎏이 넘는 경우도 있다. 수명은 50년이다.

지금의 인성실업인 이 회사 박인성 회장의 말에 따르면, 칠레에 갔다가 식당에서 15달러 하는 생선구이를 시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혀 ‘이거다’ 싶었다 한다. 최근 구이, 찜, 스테이크 요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메로는 수심 3000m까지 내려가 살기 때문에 저연승 주낙 수천 개를 드리워놓고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로 쓰는 미끼는 오징어와 청어다. 주낙에 걸려 올라오면 머리와 내장, 아가미 등을 제거한 후 영하 50도로 급랭시켜 부산항으로 가져온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메로는 참치보다 비싼 값에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국제사회가 메로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알바트로스와 바다제비 등의 혼획이었다. 알바트로스는 낚시줄에 걸려 올라오는 메로를 먹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다가 자신도 낚시줄에 걸려 죽어간다. 기다란 줄에 가짓줄을 달고 그 끝에 낚시를 단 어구를 사용하는 연승어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인 알바트로스 개체수 감소의 유일한 원인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조업방식과 어획도구 등을 규제한 결과, 최근에는 바닷새들의 사망률이 9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메로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이다. 총 허용어획량과 투입 선박 수 등을 정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t당 2000달러를 웃도는 높은 가격 탓에 불법조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불법조업으로 망신을 사고 있는 국가군에 속한다. 지난해 1월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내년 1월에 불법어업국 확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정부는 25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결의안 채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의 불법어업선 지정 움직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해당 선사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왔다.

남극바다 3000m 깊은 속에서 잡아올리는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남극 생태계의 대표적인 어종이다. 메로잡이 과정에서 알바트로스라는 멸종위기 새가 희생되기도 한다. 남극을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 메로를 먹지 않는 것이다. (출처 : 경향DB)


지난 20일부터 호주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에서 제33차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연례회의가 열리고 있다. 주요 의제에는 남극해역에서 불법어업 금지, 남극해 해양보호구역(MPA) 설정, 남극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 등이 포함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남극해 해양보호구역 지정 결의안의 채택 여부다.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등이 참여하고 있는 남극해보존연대(AOA)는 남극해의 40%를 어업을 금지하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번 회의에 연구원을 파견한 시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원양어업에서 세계 3위의 어획량을 기록하고 있고, 뉴질랜드와 함께 남극 로스해 일대의 메로 어획량에서 최대 조업국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가 늦게나마 인성7호의 원양어업허가를 취소하고 불법어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불법어업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위반 업체에 대한 허가 취소와 보조금 지원 중단 등 더욱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법어업의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기업과 그들을 감독해야 할 정부에 있다. 그렇더라도 남극해의 운명을 그들의 손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혀끝을 만족시키기 위해 멸종 위기에 처한 어류까지 무분별하게 먹어치운다면, 우리도 결국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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