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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후 다시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김성근 감독 때문이지만, 연고도 관련도 없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 된 것은 불꽃 남자 권혁 때문이다.
리더십 관련 서적을 찾아 읽다 김성근 감독이 쓴 세 권의 책을 읽고, 그의 리더로서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하여 한화 이글스 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주한 권혁의 뒷모습.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마지막 책임을 져야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권혁의, 이글스의 팬이 된다. 일터에서 힘들 때 그의 마지막 투구를 생각한다. 어느 날은 승리의 공이었고 어느 날은 패배의 공이었던 그의 마지막 투구와 그 공을 던진 그의 어깨와 부황 자국이 남아 있는 그의 등을 생각한다. 야구는 야구일 뿐이겠지만, 올 한 해 이글스 팀의 직업 야구를 보면서 나의 일을, 나의 위치를, 나의 맡은 바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과 삶에 대해서 생각했고, 그리고 많이 배웠다.
한 타석의 승리가 한 게임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고, 한 게임의 승리가 한 시즌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듯 모든 노력이 당장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_경향DB
일구이무(一球二無), 두 번째 공은 없다는 그 말에서 오히려 두 번째 공, 내일에 대한 강한 긍정과 열망을 생각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더 나은 내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이른 듯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권혁, 한화 이글스 야구 선수들과 트레이닝 담당 등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글스 팀 경기를 보며 한계와 극복, 헌신과 기여를 보았고,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벅찬 감동을 느꼈다. 혹자는 혹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멋진 승부를 만들어 준 KBO 구단 모두에도 돌아온 야구팬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글스에 딱 한 경기씩만 더 져 주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덧붙이면, 직업인으로서 닮을까봐 두려운 사람과 배우고 싶은 사람이 같이 비교된 칼럼을 경향신문 지면에서 보게 된 것은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김성근 감독의 방법론에는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고, 다른 방법으로 탁월한 결과를 내고 있는 감독들도 많지만, 그와 이글스의 야구는 이제 3분의 1도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무엇보다 팀의 리더로서의 헌신은 많은 훌륭한 선수들과 코치들을 키워냈다. 끊임없이 배우고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하여 타협하지 않고 하루하루 실천하는, 앎과 삶을 일치시켜 가는 그의 모습은 흔들리는 중년 남자에게 삶이라는 직업에 대하여 준엄하게 가르친다.
우직하게 순간순간 전력투구하듯 열심히 사는 그를, 결과를 조작하는 쉬운 방법으로 전 세계를 속인 사람과 같이 비교하는 것은 어떠한 맥락이든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종석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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