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루마니아가 세계 7위라고? 미스터리이자 웃음거리다.”(가디언) “이건 조크다. 무시해야 한다.”(USA투데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달 국가별 세계랭킹을 발표하자 온갖 비아냥이 쏟아졌다. 오죽했으면 루마니아의 앙헬 이오르다네스쿠 감독마저 “우리 팀은 세계 7위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했을까. 사실 최근 11년 동안 루마니아의 축구 수준은 형편없었다.

랭킹 산정기준은 이렇다. 최근 4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승무패×경기중요도×상대팀전력×대륙 간 전력’에다 최근 경기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승(3점) 무(1점) 패(0점)’, ‘월드컵(4점) 대륙컵(3점) 월드컵 예선 등(2.5점) 친선(1점)’ 등이 부여되는 식이다. 상대팀 전력에 따른 점수도 차이가 있다. 200점(최대점수)을 기준으로 하되 가령 어떤 팀이 세계 5위를 이겼다면 200-5, 즉 195점을 획득한다. 이렇게 계산이 복잡하다보니 루마니아가 어째서 세계 7위에 올랐는지 쉽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륙 간 차별이다. 유럽과 남미연맹에 1.00을 부여하는 반면, 북중미 0.88과 아시아·아프리카 0.86, 오세아니아 0.85로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어느 대륙에 속해 있냐에 따라 ‘랭킹의 세습’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아시아의 3강인 한국(57위)·일본(58위)·호주(60위)가 만만한 상대인 오스트리아(13위), 알바니아(25위), 러시아(32위), 헝가리(37위), 그리스(44위)보다 랭킹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게 공평하지 않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랭킹이 낮으면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본·예선에서 시드를 받지 못한다. 자칫하면 조별리그부터 강팀을 만날 수밖에 없다.


FIFA 랭킹포인트 계산법_경향DB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FIFA 랭킹 50위권 밖의 국가 선수들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 이것이 블랙번 입단을 노렸던 김보경이 깊은 설움을 맛보며 좌절했던 이유다. 손흥민은 이적료가 1000만유로가 넘으면 이적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토트넘에 입단했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3000만유로로 추정된다. 꿈과 희망을 줘야 할 축구는 이렇게 카스트 제도를 방불케 하는 뿌리 깊은 차별의 멍에를 지우고 있다.


이기환 논설위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