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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칼바람이 드세다. 강제수사가 빈번하고 무자비하게 자행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칼끝이 주로 전 정부나 야당 인사를 향해 있음이 느껴져서다. 압수수색, 체포 및 구속 등 강제수사는 당사자의 일상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런 까닭에 법은 ‘임의수사 원칙 강제수사 예외’를 굳게 견지하고 있다. 예외인 경우에도 필요 최소한의 침해에 그칠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강제수사의 요건과 절차적 엄격성이 준수되고 있느냐다.

체포영장은 수사 초기 범죄 혐의자의 출석 확보책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범죄 혐의의 상당성을 요구한다. 이것이 충족되면 출석 요구 불응 및 불응 우려라는 구체적 사유를 심사하여 결정한다. 일전의 민주연구원 인사에 대한 체포영장의 위법 논란도 알려진 대로라면 검찰이 출석 요구 없이 청구한 영장이 발부된 데 있다.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증명을 위한 증거수집 방편이다. 체포·구속과 달리 물건에 대한 처분이라는 점에서 요건이 완화되어 있다. 범죄 혐의가 의심되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는 정도면 된다. 영장 남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뒤섞여 더불어민주당사로 진입해 위법 논란이 있었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에 대해서는 근무하지 않았다는 당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있었다. 전자가 영장 집행의 위법 문제라면 후자는 영장 청구와 발부의 위법·부당 문제다. 다른 민주당 인사의 영장에는 특정 인사와의 관련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사건과 무관한 전력까지 적시한 것이 알려졌다. 이는 법관의 예단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위법·부당하다고 해야 한다.

구속영장은 형사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수단이다.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만큼 요건 또한 엄격하다. 범죄 혐의의 상당성을 전제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의 사유에 더하여 필요성까지 요구한다. 상당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구체적 사유 심사로 들어간다.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최종적으로 당사자의 사정과 형벌권의 목적을 저울질하여 그 필요성에 따라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다. 서해 피격 사건에서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전직 장관 등이 구속적부심사로 석방되었다. 구속 당시와 비교하여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서로 달랐다. 지나치게 구속에 의존하며 이를 수사 성패의 가늠자로 여기는 수사기관에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10·29 참사 수사와 관련하여 강제수사에 기반한 진상규명을 언급했다. 새삼 윤석열 대통령의 인권의식을 거론할 생각은 없으나 강제수사 대목은 대통령의 언어로서는 부적절해 보인다. 강제수사는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수반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 고려가 도사린 영장의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 법관은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고 수사기관의 활동에 엄격한 통제가 따라야 한다. 역사의 진전은 종종 법관의 양심에서 비롯되었다.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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