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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꼭 30년 전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이 개최됐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반쪽 대회로 치러진 뒤 개최된 서울 올림픽은 동서화해 무드가 조성된 역사적인 올림픽이었다. 서울 올림픽의 모토는 ‘화합과 전진(Harmony and Progress)’, 슬로건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The World to Seoul, Seoul to the World)’였는데, 당시 160개국에서 8465명이 참가한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였다.

88서울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4위라는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개최국의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성적이었고, 그 이면에는 올림픽 유치 이후 추진된 꿈나무선수 발굴과 스포츠과학의 지원에 힘입은 바 컸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전신인 스포츠과학연구소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IOC를 비롯해 많은 올림픽 개최국들은 스포츠과학의 발전을 공유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최초의 올림픽 학술대회는 1897년 프랑스 르 아브르(Le Havre)에서 ‘교육과 위생’을 주제로 개최되었고, 이후 스포츠과학 학술대회의 면모가 갖춰진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이다. 이때부터 올림픽 스포츠과학학술대회는 IOC에 의해 올림픽대회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개최되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기념 국제스포츠과학학술대회도 이 차원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학술대회에는 58개국에서 1670명의 학자들이 참가하여 7일 동안 역대 최대 규모의 스포츠과학자 대회로 진행되었다.

대회 개최 장소인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는 당시 총장 장충식 박사의 헌신적 노력으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국제스포츠과학학술대회에 이어 1988년 서울 올림픽기념 국제스포츠과학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 스포츠과학 발전에 기념비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올림픽기념 국제스포츠과학학술대회를 개최한 이후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기념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올림픽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스포츠과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한국 스포츠과학자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인 학자나 학술단체와의 교류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학술 교류를 통해 수집된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는 스포츠현장에 활용되어 대한민국의 스포츠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편 스포츠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말처럼 스포츠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에 폐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4년 만에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하여 오래전부터 선수 저변 육성으로부터 경기력 향상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88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30년간 쌓아온 스포츠시스템의 성과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기초종목 육성과 스포츠 저변을 견고히 하는 향후 30년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스포츠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신욱 | 단국대 교수·한국체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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