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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민 | 경제부 riski@kyunghyang.com


 

개천절이자 추석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기획재정부는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 조간신문이 보도한 기사 때문이었다. 내용은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정치권이 요구해온 0~2세 무상보육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었다. 재정부는 오전 11시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 자료를 냈다. “0~2세 무상보육 폐지를 담은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은 관계 전문가·지자체·국민여론 등을 수렴해 만든 합리적 방안이므로 정부 입장에 변경이 없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무상보육에 관한 재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달 24일 무상보육 폐지를 골자로 하는 ‘보육지원 체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치부하고 있다. 무상보육을 하려면 700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도저히 그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DB)


 하지만 재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내년에 폐지키로 한 회원제골프장 개별소비세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조세지출예산서 등을 보면 회원제골프장 개별소비세(2만1120원) 감면으로 내년도에만 2790억원의 세금 수입이 줄어든다.


재정부는 회원제골프장 이용자의 세금을 줄여주면 그들이 외국에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골프를 치고, 그 결과 내수 활성화와 외화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며 비판하고 있다. 2009~2010년에도 정부는 해외골프 수요 억제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 회원제골프장의 개별소비세를 면제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한쪽으로는 상위 1% 부자로부터 걷어오던 수천억원의 세금 수입을 포기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예산 부족으로 무상보육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는 재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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