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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경제민주화’ 토론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요청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내용과 방향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자며 마련한 자리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후보가 4·11 총선 때부터 내건 핵심 공약이다. 새누리당은 경실모를 중심으로 지난 3개월여 동안 의원 50여명이 참석하는 모임을 30차례 넘게 가졌지만 당론 결정을 위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의 장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그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상한 대선이다.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박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 공약이 거의 안 보인다. 공약의 절대적 빈곤 속에 그나마 내놓은 공약들이라고 해도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1997년 대선의 대북 포용정책, 2002년 행정수도 건설, 2007년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굵직굵직한 공약은 고사하고, 세 후보를 상징할 만한 차별화된 공약이 전무한 실정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한반도 평화 등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총론으로 내세웠을 뿐 각론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비전을 토대로 한 집권 구상도 밝히지 않은 채 뭘 보고 자신을 선택해달라는 건지 궁금하다.


손잡은 박근혜 문재인 후보 (출처 : 경향DB)


첫째, 각 후보 진영의 준비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정책·비전 대결이 아닌 지역·세대별 나누기와 같은 정치공학으로만 접근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박 후보가 그나마 ‘하우스 푸어’ 대책을 내놨지만 ‘비현실적’이라는 몰매를 맞고 철회하다시피 했다. 둘째, 너나없이 중도 전략을 펴다 보니 저마다 제 색깔을 잊어버렸다. 어떤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각론’이 없는 경제민주화는 정책이라기보다 구호에 가깝다. 셋째, 언론의 책임도 막중하다. 언론이 유권자 중심의 의제를 생산해내지 못한 채 경마식 지지율 보도 등에 치중하다 보니 중요한 후보 평가는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이벤트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세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장 ‘극장 정치’ ‘감성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 심도 있는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한다. 빨래를 하고, 떡볶이 요리를 하며, 소방관 옷을 걸치는 ‘이미지 정치’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이제는 정책·비전을 놓고 검증을 받을 때다. 그것도 ‘같음’이 아닌 ‘다름’으로 승부해야 한다. 성장 배경과 소속 정당, 지지층이 다른 후보들이 유사한 정책과 비전만 늘어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정책이 없다는 실토나 다름없다. 이번 대선은 부동층의 향방이 관건이라고들 한다. 이미지 정치는 기존 지지층이 갖고 있는 믿음을 굳혀줄 수는 있어도 부동층의 마음을 끌어낼 수는 없다. 부동층은 후보의 이미지보다 후보가 과연 어떤 세상을 펼치겠다는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언제까지 집토끼, 산토끼 타령만 할 셈인가. 두 달 남짓한 시간은 제대로 된 정책 하나를 설명하고 설득하기에도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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