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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부는 23일 각 시·도 중국음식 값을 인하하도록 종용했다. 보사부 당국은 이에 불응하면 경제기획원과 협의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1965년 4월23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한 구절이다. 박정희 정권은 짜장면 값을 누르면서 위생검사나 세무조사 등을 동원했다. 화교들이 쫓겨난 뒤 음식점엔 한국인들이 자리잡았다. ‘한국식 짜장면’의 탄생 비화다.

요즘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수 장관은 취임 후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파동을 거치며 조직 위상에 바닥을 찍었지만 최근 ‘치느님(치킨을 일컫는 속어)’을 지킨 영웅이 됐다.

‘감히’ AI 와중에 치킨 값을 올리겠다고 나선 비비큐(BBQ)가 타깃이었다. 산지 2500원대 닭이 튀기면 1만6000원으로 뛰는 데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는데, 가격 인상 계획 발표는 공분을 불렀다. BBQ는 “AI 때문은 아니다”라고 항변했고 농식품부는 “왜 하필 지금이냐”고 응수했다. 정부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의문이 남는다. 지금 가격 인상을 막으면? AI가 지나면 업체는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물가상승률, 인건비 등 업계가 둘러댈 명분은 늘 넘친다. 정부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정부는 유통 과정에 부조리는 무시하고 첫 단계인 농가와 끝인 가맹점을 비교하며 업체만 몰아붙였다. 한 마리 2560원인 생계가 1만6000원 치킨이 되는 과정의 의문은 없고, “원가가 10%밖에 안된다”는 구호만 키웠다.

박정희 정권의 가격 통제에 중국음식점은 공업용 탄산나트륨을 섞거나 가짜 춘장을 써서 가격을 낮췄다. 당분간 닭다리가 두 개 들었는지 살펴야 할지 모르겠다.

조형국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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