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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구단의 비시즌 풍경을 다룬 작품이다. 1~2회에서 스타 선수 임동규와 신임 단장 백승수의 기싸움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임동규는 자신의 실력과 인기, 입지를 과신해 분란을 일으키다가 백 단장 손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는 운명에 처한다. 임동규처럼 ‘인성 논란’에 휩싸일 법한 프로야구 선수가 현실에도 있을까. 안타깝게도 있다.

‘프로야구의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까지의 공백기’라는 뜻을 담은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탄탄한 연출과 연기, 실감나는 이야기로 ‘야구팬’과 ‘드라마팬’을 사로잡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SBS 제공

프로야구계에선 새해 벽두부터 폭행 사건이 잇따랐다. NC 2군 코치 ㄱ씨는 신고를 받고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ㄱ코치의 부인이 ㄱ코치가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앞서 LG 현역 선수 ㄴ씨는 여자친구와 다투다가 이를 말리던 시민을 폭행해 형사 입건됐다.

폭력, 도박, 성범죄 등 프로야구 관계자의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제재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반 폭력 사건은 유죄 확정 시 형사처벌 수위에 따라 정규시즌 30경기 이상 출장정지 및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린다. 성폭력에 대해선 제명이나 1년 이상의 실격, 72경기 이상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 제재금 등 더 무거운 징계를 부과한다.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와 별도로 구단 차원에서 발빠르게 ‘손절’하기도 한다. 가령 지난해 LG는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선수를 임의탈퇴 처분했고 SK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선수를 임의탈퇴하도록 했다. 범죄 이력이 있는 선수를 끌어안고 가면서 여론의 비난을 감당하기보다 인연을 끊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징계를 받거나 선수 생명이 끝났던 선례가 선수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형법이 범죄를 100% 예방하지 못하듯 제재 규정이 있어도 일부 선수들은 엇나간 행동을 한다. 야구 선수가 스포츠 기사가 아닌 사회 기사를 장식할 때마다 언론에선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처벌 강화도 강화지만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뿌리 뽑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야구를 넘어 모든 스포츠의 엘리트 선수 육성 과정을 재검토하고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사회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간으로 키워내야 한다. 지난한 과제다.

프로야구팀에 입단하는 것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지난해 8월 열린 2020년도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보면 1078명의 드래프트 신청자 중 9.28%(100명)만이 프로팀에 지명됐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가 모두 프로에서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11명의 동기들 가운데 1군 주전 선수로 자리 잡는 것은 일반적으로 1~2명 정도다.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팀에서 방출돼 다른 생업을 찾아나선다. 이 적은 확률을 통과해 프로에 자리매김한 선수들의 경력이 예기치 못한 일탈 때문에 단절되는 건 본인과 구단, 팬들에게도 손실이다. 팬들이 스토브리그에 보고 싶은 건 선수들의 이적과 계약, 구단들의 전력 구상 등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뉴스들이지 형사 입건 소식이 아니다. 선수를 둘러싼 구설수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최희진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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