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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욱 정치부 기자 ahn@kyunghyang.com
현행 한국 대선은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후보가 몇 명이건, 얼마를 득표했건 상관없다. 한 번의 투표로 한 표라도 가장 많이 얻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방식은 간편하지만 이 제도가 갖는 문제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선이 거대 정당에 좌지우지된다. 한국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지배하는 사실상 양당제다. 그러나 두 정당이 대표하는 이념적·계층적 범위는 넓지 못하다. 다변화한 사회의 이해관계를 두 정당이 다 수용할 수는 없다. 기성정치권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가지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1987년 대선 이래 대통령 당선자가 득표율 과반을 차지한 적이 없다. 15대 대선 노무현 후보가 48.9%로 가장 높았다. 이를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로 보면 노 후보 34.6%, 이명박 후보 30.7% 등 더 낮아진다. 매번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단수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선투표제가 자주 거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8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유세에서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것을 뒤늦게 받아들인 것이다.
결선투표언제쯤?(경향신문DB)
민주당은 그동안 결선투표제 도입에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경쟁적 단일화’는 야권의 정책적 비전과 구상을 뒷전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안 전 후보의 돌연 사퇴로 단일화에 생채기가 났다.
결선투표제가 실시되면 정치 지형은 상당히 바뀔 것이다. 새누리당·민주당이 지배하는 양강 구도는 허물어지고 명실상부한 다당제로 변화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 정당, 이념 정당도 출현해 정당이 본격적으로 비전,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되면 유권자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투표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실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프랑스의 지난 4월 대선에서 12개 정당 후보가 모두 나왔지만 투표율은 1, 2차 모두 80%에 달했다.
기성정당의 기득권·독점권도 깨진다. 결선투표제는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주창한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전 단일화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보수·진보 또는 좌우끼리 헤쳐모여 최종 승부를 벌이면 된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 제도를 반대하고 있어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의지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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