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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했다. 안 전 후보는 어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과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사퇴의 변을 거론하면서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캠프 인사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역할에 대해 ‘지지자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문 후보에게 적잖은 힘이 될 것 같다. 그는 지지 재천명 외에도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나란히 강조함으로써 여당의 재집권에 대한 반대를 다시금 명백히 했다. 향후 지원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으나 하락세가 역력했던 지지율을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수가 없었던 문 후보와 민주당으로선 비빌 언덕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전 후보가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밝힌 대목도 음미해볼 만하다. 출마 때부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정치를 하겠노라고 했지만 ‘안철수 현상’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새 정치’ 실현에 대한 강한 애착이 읽혀진다. 결국 ‘정권교체’가 다분히 문 후보를 배려한 수사라면, ‘새 정치’는 자신의 향후 행보를 예고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를 수용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안 전 후보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첫 반응은 “반드시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는 것이었다. ‘새 정치’는 뒷전에 밀렸다. 안 전 후보의 지지 선언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데만 분주했지 어떻게든 달라진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고심은 안 보였다. 대신 정권교체의 성공도, 실패도 안 전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하기에 달려 있다는 듯한 분위기만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후 민주당이 저지른 대표적인 패착 중 하나는 단일화 과정이 민주당에 의해 왜곡된 데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안 전 후보가 지지를 재천명했다 하더라도 이런 상태로 양측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이 안 전 후보의 인사말에서 새겨야 할 대목은 지지 재천명이 아니라 “대선이 국민 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아닌가 싶다. 문 후보와 민주당으로선 이 발언이 새누리당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할 소지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 돌이켜보면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열흘 동안 민주당의 정치 쇄신은 사실상 형해화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도 쇄신과 변화를 위해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다. 안 전 후보가 더욱 적극적으로 문 후보 지지를 천명하지 못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 전 후보의 향후 지지활동이나 강도, 그 효과는 전적으로 민주당 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양측 통합은 여전히 모색 단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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