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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혁 사회부 기자
새누리당의 돈 문제가 또 터졌다. 지난 4·11 총선 때 현영희 의원이 3억원을 주고 비례대표 순번(25번)을 따냈다는 의혹이 매우 구체적인 증언과 함께 제기됐다. 요컨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일각이 대목을 맞은 상인처럼 공천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돈에 얽힌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졌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로 나온 박희태 전 국회의장 측이 대의원들의 표를 매수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총선 직후에는 파이시티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8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2007년 대선 경선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땀 닦는 현기환 전 의원 (경향신문DB)
지난달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6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은 2007년 대선 직전이다. 검찰은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터진 돈 공천 의혹은 앞선 추문들과는 정치적 의미가 전혀 다르다.
박희태·이상득·최시중 모두 이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현재권력’의 끝물에서 단죄를 받곤 했던 실세들의 전형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의원을 이 대통령의 동류로 보지 않는다. 이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에도 아랑곳없이 박 의원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돈 공천 의혹의 핵심으로 거명되는 현기환 전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사람이다. 현 전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있으면서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4·11 총선은 박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한 선거다. 현 전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으로 임명된 데는 박 의원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현 전 의원의 돈 공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 의원도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 드러난 돈 공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주변에 나도는 흉흉한 얘기처럼 다른 사례들이 줄줄이 드러나면 대선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검찰은 대선이 있는 해 ‘미래권력’을 겨눈 수사에 유독 소극적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2007년 대선 직전 BBK 의혹 수사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미 새누리당 사람들은 ‘오간 돈은 500만원이 전부’라거나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미래권력’이 검찰에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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