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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이, 돈이 건네졌다는 날 중간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씨와 같은 휴대전화 기지국 내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의 경우 기지국 반경이 200m인 만큼,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내용 자체보다 취재원이다. 일부 언론에선 취재원을 ‘여권 관계자’로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전 비서가 조기문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당일, 현 전 의원과 조씨가 같은 시간대 같은 기지국 내에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현 전 의원은 검찰에서 ‘당 행사가 있어 인근 호텔에 간 것뿐’이라고 진술했다”며 당사자의 해명까지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공천헌금 의혹 수사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검찰이 공식 부인했다고는 하나, 발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맡은 것은 검찰인데 수사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피의자가 속해 있는 새누리당이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여기에 박근혜 경선캠프에서는 배달사고나 횡령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출처: 경향DB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대검찰청이 부산지검에 수사를 맡긴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법조계에서는 관할권이 부산지검에 있다 해도,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많다. 실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설립한 선거홍보대행사 CNC 사건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맡다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간 바 있다. 야권 수사는 수많은 언론이 지켜보는 서울에서 하고, 여권 수사는 지역에서 한다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부산지검은 지난 2일 수사 사실이 공개된 이후 브리핑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단 한 차례 브리핑에서도 “밝힐 수 없다” “조사해봐야 안다” 등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해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뒀다.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도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그에 못지않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뿌리까지 샅샅이 파헤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현재 권력’을 향한 충성만으로도 모자라 ‘미래 권력’에까지 줄서기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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