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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보이스피싱.’ 지난주 정치권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던 뉴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김 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직접 “속아 넘어가지 말라”고 호소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대표로선 꽤 난감한 상황이겠지만, 적어도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김무성이라는 ‘상품성’을 높이 샀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집권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주자 2위를 달리는 김 대표 정도면 보이스피싱 소재로 써먹기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실제 김 대표는 요즘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핫(hot)’한 인물이다. 얼마 전에는 당 홍보 동영상에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는 모습으로 깜짝 등장해 ‘로봇 연기’(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런 모습이 새누리당이 취약하다는 2030세대에 대한 말걸기, 소통의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내친김인지는 모르겠지만, 김 대표는 ‘청춘무대’라는 이름으로 청년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고시촌을 방문했고, 24일과 25일에는 각각 부산 해양대와 모교인 한양대에서 강연을 했다.

그런데 김 대표의 행보는 여러 뒷말을 남겼다. 소통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언행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시촌을 방문했다가 청년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청년들의 항의를 받았다. 문제는 김 대표의 대응이었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방해세력”이라면서 ‘배후론’을 꺼내든 것이다.

강연 내용도 논란거리였다. 해양대 강연에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그야말로 ‘핵폭탄급’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무기 방어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드 도입을 주장하기 위해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것은 물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 핵보유 인정론’을 꺼낸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한양대 강연에선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유를 유보해서라도 경제를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 이게 박정희 대통령의 5·16혁명”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들만 놓고 보면 김 대표의 최근 행보가 과연 청년들과의 소통, 더 나아가 이들의 지지 획득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의아하다. ‘청춘무대’라는 형식만 빌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안경을 끼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치인의 언어는 지지층을 겨냥한 선동적인 언어가 태반이다. 김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기 전부터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내왔다. 김 대표가 가까이는 4·29 재·보선, 멀게는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 유권자 결집을 노린 선동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청춘무대’라는 형식이나 대학이라는 장소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김 대표는 또 다른 ‘청춘무대’에서 북한이 핵미사일까지 동원해 호시탐탐 노리는 우리의 안보 상황을 거론하면서 종북 심판과 사드 도입 등을 외칠지 모른다. 아마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항의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고난의 행군’은 보수적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데는 나쁘지 않은 그림일 수 있다.

새삼스레 김 대표를 난감하게 했던 ‘피싱’의 뜻을 찾아봤다. 실제 내용과는 다르게 포장된 내용으로 현혹하는 것이라고 한다. 종종 우리는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낚시질’에 낚이곤 한다. 김 대표의 행보가 안보 등의 이슈로 정국 프레임을 짜려는 ‘낚시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당 홍보 동영상에서 김 대표는 홀로 컵라면을 먹던 청년 앞에 나타나 ‘로봇 말투’로 말한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김진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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