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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오페라 이야기 진행자 나사못회전입니다. 저는 ‘선생’ ‘강사’를 자처할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전문성이란 면에서 그렇고 한 분야에서 ‘숙련’이란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음악과 드라마와 무대용 공연 전부를 좋아해왔고 덕분에 오페라하고도 몹시 친하게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냥 무대 공연이 좋고 오페라가 좋은 동네 아저씨, 마을 주민, 시민이 제 정체예요. 그런데, 이런 제 정체가 어쩌면 여러분과 저 사이에 접점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골목길 장삼이사 씨들이, 동네 청소년들이 오페라에 대해 어떤 이해와 오해를 하고 있을지 조금 알 만하단 말이죠.
이 시간, 저는 동네 사람으로서 또 이야기꾼으로서,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과 함께 전해드릴게요. 그냥 편안하게 듣고 보고 즐기면서, 오페라랑 한번 만나보세요.
어쩌다 좋은 음식 먹을 때 애인 생각나고, 친구 생각나고, 형제 생각나고 그런 때 있지요? 저녁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여러분과 같은 동네 사람들과 오페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위에 쓴 그대로 맛난 음식 나눠 먹고 싶은 마음과 매한가지입니다. 좋은 것 나누고, 덕분에 수다까지 장하다면 그보다 더 재미난 노릇이 어딨겠어요.
예,
압니다.
오페라는 어쩐지
친하기 힘든 친구처럼 느껴지죠.
사실 선입견도 얼마간
있지요. 한데
오페라는 지난 400년간 영화와 스포츠를 합친 것과 같은 볼거리
노릇을 해온 갈래이고 형식입니다.
창작하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보며 즐기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주기 위한 노력을 무려 400년이나 쌓아 오늘날에 물려준 가래고 형식이란
말이죠.
그것도 지난
400년간,
동시대 음악과
무대극과 문학 분야에서 가장 뾰족한 감수성을 지닌 이들이 총동원되어서요.
오페라는 일회용 행사나 전시를 넘어 스스로의
진화 과정 속에서 '오페라 역사'의 엔진을 마련한 갈래고
형식입니다.
오페라 역사
400년은 연희-퍼포먼스,
무대극-드라마의 기본 기술,
원천 기술을 쌓아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페라보다
나중에 발명된 영화와 텔레비전용 드라마는 오페라에서 많은 자양을 거두었습니다.
발레를 필두로 한
춤,
대본과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정교한 희극의 오랜 패트런도 오페라입니다.
한마디로 오페라는
인류가 발명한 거의 모든 드라마의 원리와 갈래를 경험한 드라마랍니다.
저는 오페라라는 좋은 노릇을 동네에
퍼뜨려 일 마친 밤에,
학교 마친 시간에
동네 사람들이 좀 더 재밌게 지낼 밑천을 지닐 수 있기 바랍니다.
알코올과 텔레비전
말고,
함께 할 재미난
장난감 하나 더 갖고 싶어요.
그저
이뿐입니다.
아직 우리네 삶의 지평,
예술의 지평은 좁기만
한 듯합니다.
특정
갈래,
형식에 대한 선입견이
스스로 삶의 지평,
예술의 지평을
좁히기도 합니다.
다른 것
없습니다.
직접 육박한
덕분에,
기정사실인 듯
한정되어 있는 틀이 깨지고,
시야도 깨지는 전복의
즐거움도 있잖아요.
모쪼록
'오페라'가 그런 즐거움에도 두루 소용되길
바랍니다.”
여기까지는 순조롭습니다.
이쯤에서는
아,
그런가 하면서 귀를
기울여주지요.
이어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쯤 이탈리아 피렌체의 교양인 및 예술인
동아리인 카메라타Camerata의 “고대그리스비극”을 재현하려는 노력이 “노래하며 진행하는 연극”을 낳았고,
이것이 오페라의
시초다 하는 데서도 걸릴 게 없습니다.
오페라의
급속한 확산의 증거로,
1637년이 되면
이미 베네치아에 상업적인 오페라극장이 생겼다는 말씀을 드리고,
이탈리아 반도는 물론
유럽 전체로 번진 데에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감정 표현,
음악의 오락 요소
들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오늘날의 영화에 견줄 만한 매력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정리하면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오페라는 인기를 얻으며 동시에
화려해지고,
화려해지는 만큼
대형화해 수많은 악기와 다양한 영역의 “가수 겸 배우”
“배우 겸
가수”를 육성하며 몇백 년간 꾸준히
발전했고,
점점 더 음악과
드라마가 일체가 되어갔다는 설명도 무난히 받아들이시고요.
자, 그런데, 하,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더군요.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잖습니다. 프랑스산 오페라꼬미끄와 오페라발레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잖습니다. 변방의 파천황, 독일과 러시아의 경우는 한국에 견주어 가져다 붙일 말이 도리어 풍성합니다. 한데 그럼 이제 오페라 실황을 직접 봅시다, 하고 영상을 틀면...
그 오페라가 <투란도트>든 <아이다>든 <라트라비아타>든 <리골레토>든 여성 배역가 “예쁘지 않을”
때,
또는 남성 배우가
훤칠하니 “멋지지 않을”
때
핏,
웃음이 새면서
분위기가 바뀌더군요.
특히 청소년들이 함께
앉아 있는 자리에서 더욱 심합니다.
“ㅆㅂ
무슨 공주가
저래”와 “ㅋㅋㅋ
나보다도
작아”쯤의 표현 앞에서는 정말 어쩔 줄을 모를
지경이 됩니다.
예쁜
여자,
멋진
남자...
아쿠스틱
음악을 들어온 사람,
무대극을 보아온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죠.
“전기증폭장치를
통하지 않고 7백 명에서 천 명쯤을 설득하는
발성”
“그만한 호흡과
발성을 얻기까지의 숙련”
“표정과 몸짓과
발성으로 무대 채우기”
“연출에 복무하되
개성을 뽐내는 연기”
따위 말을
주절거리지만
“ㅆㅂ 무슨 공주가 저래”와 “ㅋㅋㅋ 나보다도 작아”
앞에서는 별무소용인 줄 저도
압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가 그냥 텔레비전
사각틀과 피시 모니터 사각틀과 각종 단말기며 스마트폰 사각틀 안에 갇혀 사는구나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평면 사각틀에 맞춰 어느 정도 결정된
카메라워크와 평면 구도,
그리고 조명 아래
인물이 자리하고 보면 표정도 몸짓도 발성도 “생긴 거”의 아랫길에 와야 하지
않겠어요.
어차피 기계가 잡아
증폭할 테니 따로 호흡과 발성이 몸에 붙어 있어야 할 소이도 없지요.
이런 상황이 이미
오래되었으므로 전기증폭장치 뗀 목소리와 목질이며 금관질 어쿠스틱 음향의 즐거움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컨텍스트에서 지워진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페라”를 내건 자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기증폭장치와 평면 사각틀은 발명되어 널리 쓴 지 100년도 안 됐죠. 예술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시점을 청동기시대를 헤아리면 적어도 6천~7천 년 동안은 몸 하나로 숙련된 잽이, 배우가 드라마를 만들어왔지요. 그 6천~7천 년의 경험이 이룬 형질이 사람 몸, 사람 피에서 아주 나가버리자면 딱 6천~7천 년 시간이 더 지나야 할까요?
갸웃갸웃하면서도,
오늘도 어딘가에 가
떠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몇 분이
기어코 오페라 팬이 되고 마는 진기한 경험을 떠올리매 기분은 참 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울러 전기증폭장치
밖의 음악,
평면 사각틀 밖
드라마가 아까워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총총.
연예인과는 다른 직업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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