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집 나간 마음이 되돌아오면
식구들끼리 하얀 옷 해 입고
깨끗한 식당에 가서 외식이라도 해야지.
집에만 처박혀 있는
쓸쓸한 개를 앞세우고
그 널찍한 등짝을 쓸어주면서
가까운 유원지에 소풍이라도 가야지.
그러나
마음이 되돌아오면,
하늘은 또
알타이어족의 언어로는 표현할 길 없는
이 세상에서 나만 아는
노란빛 되어
내 방의 창문을 물들이고
나는 다시 뾰족하게 성을 내는 아이가 되겠지.
벼락이거나 장대비겠지.
마음이 되돌아오면
화를 내다가 우는 아이가 되겠지.
장이지(197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레몬옐로는 어떤 빛깔일까. 시인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오던 빛, 장대비가 내리던 날의 제 창문에 비친 빛, 이번에는 그것을 ‘레몬옐로’라고 불러봅니다”라고 썼다. 이 레몬옐로는 빛깔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불안과 혼란과 기대에 함께 휩싸인, 헝클어진, 설명하기 참 쉽지 않은 마음의 묘한 상태를 말하는 듯도 하다. 어쨌든 마음은 본래 마음으로 잘 되돌아오지 않는다. 화염처럼 타오르고, 불규칙하게 튀고, 방죽 너머로 넘쳐나고,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러니 마음이 잘 개켜진 상태로 있기만을, 잘 단속된 상태로 있기만을 바라지는 말 일이다. 마음에 벼락이 치고 장대비가 내릴 때도 있다. 마음이 거세고 요란한 소나기 내리는 여름날 같을 때가 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지난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 (0) | 2018.08.28 |
---|---|
어디서 사슴의 눈도 늙어가나 - 고산지대(高山地帶) (0) | 2018.08.20 |
무인도 (0) | 2018.08.06 |
살구가 익는 동안 (0) | 2018.07.30 |
다시 해바라기 (0) | 2018.07.23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