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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이 되돌아오면

식구들끼리 하얀 옷 해 입고

깨끗한 식당에 가서 외식이라도 해야지.

 

집에만 처박혀 있는

쓸쓸한 개를 앞세우고

그 널찍한 등짝을 쓸어주면서

가까운 유원지에 소풍이라도 가야지.

 

그러나

마음이 되돌아오면,

 

하늘은 또

알타이어족의 언어로는 표현할 길 없는

이 세상에서 나만 아는

노란빛 되어

내 방의 창문을 물들이고

나는 다시 뾰족하게 성을 내는 아이가 되겠지.

벼락이거나 장대비겠지.

 

마음이 되돌아오면

화를 내다가 우는 아이가 되겠지.

장이지(197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레몬옐로는 어떤 빛깔일까. 시인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오던 빛, 장대비가 내리던 날의 제 창문에 비친 빛, 이번에는 그것을 ‘레몬옐로’라고 불러봅니다”라고 썼다. 이 레몬옐로는 빛깔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불안과 혼란과 기대에 함께 휩싸인, 헝클어진, 설명하기 참 쉽지 않은 마음의 묘한 상태를 말하는 듯도 하다. 어쨌든 마음은 본래 마음으로 잘 되돌아오지 않는다. 화염처럼 타오르고, 불규칙하게 튀고, 방죽 너머로 넘쳐나고,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러니 마음이 잘 개켜진 상태로 있기만을, 잘 단속된 상태로 있기만을 바라지는 말 일이다. 마음에 벼락이 치고 장대비가 내릴 때도 있다. 마음이 거세고 요란한 소나기 내리는 여름날 같을 때가 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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