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시 한복판 도로에서 심상치 않은 불안이 발견되고 있다. 멀쩡하던 도로가 움푹 파이거나 아예 3~4m 땅속 아래로 꺼지는, 즉 싱크홀(Sink hole) 현상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우선 싱크홀 사고 사례를 보면, 지난 2012년 2월18일 오후 3시20분경 인천 서구 검단사거리 인근 6차로 도로 중 3차로가 깊이 26m 세로 12m 가로 11m로 내려앉은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주행하던 배달원이 싱크홀에 빠져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크기는 작지만 비가 온 후 아스팔트에 생기는 구멍, 이른바 포트홀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차량 바퀴가 빠져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파손(포트홀 외 지반침하 등 포함) 발견 건수는 7만4122건가량으로 매년 수만개의 포트홀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연약지반 주변에서 크레인과 같은 대형 중장비 작업을 하다가 지반침하에 의한 전도 사고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심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지하수맥 등 땅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현상, 부실공사 등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장마철이나 해빙기에 더욱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자연 발생적인 현상이라고 할지라도 미리 예방을 한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건설현장 공사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필자로서 몇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추가로 싱크홀이 발견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중심부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양방향도로를 전면통제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싱크홀은 건설현장 공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심에 초대형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축물 주변 지하 수맥의 유동성이 발생하여 땅속 깊숙이 빈공간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로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이를 확인할 길조차 없다. 문제가 되는 잠실 지역 싱크홀 사태는 서울시 조사결과 지하철 공사로 인한 문제였음이 밝혀졌다.

도심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도로 및 지하철 공사에 대한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후된 상하수도관들이 많아지면서 누수로 인해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15일 경기도 성남 SK케미칼 연구소 건물 터파기 공사장에서도 지하 5층 바닥 평탄화 작업을 준비하던 중 도로 옆 23m 높이의 흙막이 토류관이 붕괴되어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하수관 공사 시에 손쉽게 공사하기 위해 빗물에 쉽게 쓸려 내려가는 모래를 사용하는 공사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또한 기초공사 착공 전에 ‘수맥조사’는 하지 않고 ‘지질조사’만 하고 있는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여기엔 인허가를 내주는 시·지자체와 상수도사업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지자체도 예산에 쫓기다 보니 선심성 사업 집행만 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노후된 상하수도관 공사 관리는 소홀히 하므로 이제는 정부가 국가의 인프라 건설 목적의식을 가지고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토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사를 발주할 때 ‘적정공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단계의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인건비 따먹기식 공사를 하게 되면 대충대충 눈 가리고 아웅 식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교통을 이유로 심야 및 휴일에 공사하는 관행도 부실공사의 원인이 된다.

땅은 항상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잦은 도심 싱크홀 사태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부른 결과다. “설마!” 안심하고 있다가는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작은 쥐구멍 하나가 큰 댐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바닷길도 위험하고 육지 도로도 위험하다면 불안해서 살겠는가?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