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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도착 첫 메시지는 평화와 화해였다. 교황은 어제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유족들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교황은 이날 오후 참석한 청와대 연설에서도 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을 찾아온 교황의 사회적 묵상 주제가 정의로운 평화와 고통받은 이들에 대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교황은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강조했다. 휴전 상태에서 60년 넘게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온 남북 당국에 대해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외교가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위한 정의로운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교황의 지적은 복잡한 이해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동아시아 정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박근혜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황의 평화·정의론은 갈등과 분열로 고통받는 한국 사회에도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교황은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이 비판과 충고에도 한국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교황이 시복식을 집전할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달 넘는 단식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황이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치적 분열과 경제 불평등,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마지막 한 사람의 목소리까지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교황이 소외받고 상처입은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다. 세계가 열광하는 ‘양떼 속의 목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쁨도 크다.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남북한과 한국 사회, 그리고 세계를 향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평화와 정의’를 화두로 던졌다. “희망은 얼마나 위대한 선물이냐”고 호소하는 교황의 말은 그래서 더욱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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