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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전 의원이 마포에 퓨전 일식집을 차렸다. 환갑을 넘긴 그는 자신의 노후를 고민하다 ‘먹고살기 위해’ 일식집을 차렸다고 한다. 국회의원에 떨어지고 낭인 생활을 하다 근래엔 대표 보수논객으로 하루에 한 번 이상 방송 출연이 잡혀 있을 만큼 ‘폴리테이너’로 잘 나가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저 나이에 비슷한 이유로 외식업에 진출하고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 진출한다. 미래의 노후 걱정은 어쩌면 사치다. 당장의 생계가 문제다. 그래서 몸 하나 저당 잡아 버티는 외식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정 전 의원이 진출한 외식업은 본래 연예인들의 부업으로는 가장 흔한 업종이기도 하다. 직접 경영을 하기도 하지만, 초상권을 팔아 치킨이나 피자, 순댓국 간판에 얼굴을 건다. 홈쇼핑에 등장해 아예 홍보·판매에 나서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자원은 연예인이라는 인지도 자체다.

국내 자영업자는 통계로 보면 567만명이지만 가족고용 형태가 많아 700만명 정도로 본다. 이는 전체 취업자 중에서 25%에 육박한다. 그중 외식업은 통계로만 보면 11% 정도지만 도소매업과 직간접적 연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에서 외식업 비중은 20% 내외로 볼 수 있다. 자영업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고용해 자신이 봉급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오너’, 즉 사장님이라고는 통상 부르지만 노동자일 뿐이다. 건물을 소유하지 못했으므로 도시의 소작농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조금이라도 잉여를 남기기 위해 결국 최후의 수단인 뼈와 살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버텨온 지 오래되었다. 이 현상이 진정한 ‘국가부도’의 실체이다.

정 전 의원은 이 세계에 뛰어든 것이다. 마포구 소재에 직원 8명을 둔 58석 규모의 일식집으로 그의 처가 실제 경영자이고 자신은 ‘셔터맨’ 혹은 ‘얼굴마담’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개업한 지 열흘도 안 돼서,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직접 자영업에 뛰어들어보니 최저임금 때문에 지금 정부는 망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자신의 식당에서 한달에 3000만~4000만원의 임금이 나간다면서 버텨낼지 걱정을 하고 있다. 직원 8명에 저 정도의 임금이 나간다면 직원 한명당 400만~500여만원의 임금이 나간다는 것이다. 고급 일식집이어서 경력이 아주 뛰어난 요리사들을 데려왔다 하더라도 500만원 정도를 줘야 할 요리사라면 최저임금과는 처음부터 무관하다. 

강남급은 아니지만 여전히 핫플레이스인 마포의 건물 60여평 임차비(자신이 건물주가 아니라면)에, 식자재비, 운영비 등을 생각하면 정 전 의원 부부가 가져갈 돈이 얼마일지 아직 계산이 안 나왔을 것이다. 첫 월급을 줄 날짜도 아직이다. 자영업 업태에서 요식업은 가장 말단의 업태다. 여러 고민 끝에 그래도 자신의 몸 하나 갈아 넣고 가족들을 건사하려고 뛰어든다. 정 전 의원은 무엇을 갈아 넣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다수의 사장님들은 가게를 차리자마자 언론에서 취재를 오지도 않고 ‘얼굴마담’도 없이 오로지 스스로 버티고 있다. 하다못해 식당이 안 되면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정두언의 처지가 부러울 뿐. 그래도 기왕 열었으니 자영업자들의 실상을 잘 깨닫고 좋은 정책 많이 제언하시라! 특히 건물 임차인 보호에 대해서는 꼭 한 번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작심 발언을 해 달라.

<정은정 |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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