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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4일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심, 신념, 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말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6일 공동논평을 내고 “국방부의 용어 변경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왜곡하고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선고에 따라 가석방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2018년 11월 30일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하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군대 간 나는 비양심적인 것이냐?”라는 시민들이 있어 용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은 시민들이 평상시에 쓰는 ‘선량하다’ ‘올바르다’는 의미와 다르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과 함께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고유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 있다고 헌재와 대법원이 인정했다. 언어 대중이 쓰는 용어와 법률 개념의 괴리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류가 보편적으로 쓰는 용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새 용어는 비폭력·평화주의 등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를 원천 배제하는 오류까지 범하고 있다. 끝내 용어를 바꿀 경우에는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진정한 민주정부라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오해하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명칭을 바꾸는 편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인권의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옳다. 대체복무제를 논의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입법예고까지 다 한 뒤에 느닷없이 용어를 바꾸는 것도 치졸하다. 정부는 국방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 변경 결정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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