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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의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주선한 주거복지센터 등 비영리기관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료가 밀렸다는 것인데, 해당 기관들은 “좋은 일 해주고 소송당했다”고 하소연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공공임대주택 100만가구를 짓고, 형편에 따라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사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취약계층에는 고시원이나 쪽방,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 37만가구도 포함된다.

정부는 LH 등을 통해 이들이 시세보다 30% 싸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권유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들 취약계층이 일터에서 멀다는 등의 이유로 입주를 기피하자 복지관이나 주거복지센터 등 비영리 법인을 위탁기관으로 내세워 입주를 유도했다. 그런데 입주자 중 일부가 질병이나 해고 등을 이유로 장기간 임대료를 연체하자 LH 측은 태도가 달라졌다. 위탁기관인 비영리 법인을 상대로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고, 임대주택도 비워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에서 질 경우 거주자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취약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구호가 무색하다.

애초 LH가 비영리기관에 공공임대주택 재임대를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제3자 매매를 막기 위한 재임대 금지규정을 이 사업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관리체계도 엉성했다. LH가 직접 거주자와 계약을 맺고, 임대료 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주거급여 등을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 성과에만 급급하다 해결책을 놓친 셈이다. 정부의 주거복지사다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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