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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텔평원에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3일간 펼쳐질 일명 ‘우드스톡 뮤직 앤드 아트 페어’를 관람하려고 모인 인원은 약 30만명. 그들은 “빨리 살고 일찍 죽는다”라고 외치던 비트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히피문화의 추종자였다. 공연을 설계한 마이클 랭은 음악제작자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그를 제외한 관계자들은 거대한 음악행사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대중음악에도 신자유주의의 한파가 몰아친다. 대형 음반사의 독식 구조가 더욱 굳건해지고 뮤직비디오의 범람으로 실력보다는 외형을 중시하는 상업음악 문화가 자리 잡는다. 다행히도 때는 1969년이었다. 재즈의 전성기가 지나고 록과 포크음악이 주류로 등장하던 시절. 제작진은 축제를 시작하는 금요일은 포크음악가, 토요일은 서부지역 밴드, 일요일은 록음악가 위주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마이클 랭에게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에게 우드스톡이란 청년세대가 만들려는 두 번째 세상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공론장이었다. 사랑, 평화, 음악이라는 3가지 주제로 열린 지상 최대의 음악축제는 비관론을 뛰어넘어 역사적인 청년문화를 만들어낸다. 당시 무명 기타리스트였던 카를로스 산타나는 ‘Soul Sacrifice’란 연주곡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명은 우드스톡이었지만 실제 행사 장소는 맥스 야스거의 농장이었다. 공연문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주민들의 반대로 마땅한 공연장소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스거의 후원을 기념하여 록밴드 마운틴은 ‘For Yasgur’s Farm’이라는 곡을 내놓는다. 준비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음악가와 제작 관계자의 열정과 낙관과 아이디어로 작은 기적들이 만들어진다. 존 바에즈는 무대에서 ‘Sweet Sir Galahad’를 열창한다.
한편 3일간의 공연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시작 전부터 몰려드는 인파로 교통체증은 최악이었으며 악천후와 배수시설의 부족으로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마약에 취한 일부 관중의 난동도 발생했다. 특정 보수언론에서는 행사의 부정적 면만을 강조하여 비난 일색의 독설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공연의 뜨거운 열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감동시킨다.
공연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알로 거스리,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 수십명의 음악인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우드스톡에 모인 이들은 자원봉사자를 자처하며 교통안내와 청소, 음식 조달 등을 돕는다. 크고 작은 토론회와 명상모임을 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출신, 나이, 종교, 피부색을 초월한 평화주의자의 얼굴에는 푸른 미소가 피어났다.
반전, 반차별, 비폭력의 정신을 음악으로 구현한다는 히피의 자연공동체주의는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들은 공연장에서 기성세대가 저지른 침략전쟁, 인종차별, 물질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공유했다. 문제는 20대 백인 중산층 대학생이 주도한 히피즘이 확장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우드스톡의 자유정신을 이어 받은 공연이 열리지만 히피문화는 점차 자취를 감춘다.
마이클 랭은 1989년 베를린 장벽 제거 음악회, 우드스톡 94, 우드스톡 99 등을 기획하여 전문 공연제작자로서 명성을 굳힌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다큐로도 제작되어 지금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선사한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기세가 약해진 오늘에도 패권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은 여전하다. 비록 음악이 세계 평화의 열쇠는 아닐지라도 인간 본연의 가치를 전하는 소중한 상징임은 틀림없다. 그룹 매튜스 서던 컴퍼트와 가수 저니 미첼은 ‘Woodstock’이란 곡으로 뜨거웠던 8월을 추억했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전설은 문화사의 커다란 가능성으로 남는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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