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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 초기인 2016년 9월까지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사찰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입수해 5일 보도한 기무사의 대외비 문건 ‘좌파단체 민주주의국민행동 하반기 투쟁 계획(2016·9·23)’에는 기무사의 불법활동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참여자 대다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또는 방북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현 정권 타파 및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이 단체의 목표라고 규정했다. 군과는 무관한 민간단체를 이적 집단으로 못 박은 뒤 감시한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감시한 백서에 이어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한 증거가 또 나왔다.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런데 기무사는 이처럼 시민의 생명·재산을 지킨다는 군의 사명을 정면으로 위배해놓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 기무사가 요원들에게 ‘민간인에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이 세월호 백서에 들어 있다며 불법사찰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구 하나로 민간인을 감시한 불법을 덮을 수는 없다. 기무사는 문제의 문건들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심지어 보수단체들이 집회에 활용하도록 제공했다. 권력을 위해 시민을 감시한 숨길 수 없는 증거이다.

불법행위가 잇따라 불거지자 기무사는 5일 민간인들로 하여금 내부 불법행위를 막는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행위를 지시받은 기무사 요원이 민간위원들에게 고발하면, 이를 다시 기무사령관에게 알려 불법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무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이다. 보안이 철저한 기무사 조직을 외부인사 몇 명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특정 지휘부의 단독 결정이라기보다 기무사 내부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불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인 사찰 기능 자체를 없애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기무사는 지난 1년 동안 부단히 자정 활동을 벌여왔다며 진심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기무사 2인자인 현 참모장(소장)마저 세월호 TF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기무사를 그대로 두고는 시민에 봉사하는 군을 만들 수 없다. 기무사가 지금 할 일은 어설픈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기무사가 누구의 지시로, 왜 민간인들을 사찰했는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차제에 기무사를 해체, 근원을 제거한 뒤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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