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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할아버지랑 싸웠어?

- … 그런 거 아냐.

- 근데 왜 할아버지가 아무 말씀도 안 하셔? 지난주부터 댁에 가도 왔냐, 하시곤 방에만 계시는데?

- 할아버지가 여행 가고 싶으시대. 그런데 거기 가면 다시 못 오실 것 같아서 그래.

- 어디야, 거기가?

- 우주양로원.

- 와…, 나도 거기 알아. 뉴스에서 봤어. 거기 되게 좋던데? 우주랑 지구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지고 시설도 좋고. 그런데 가면 왜 다시 못 오셔?

- 거기에서 살면 저중력 때문에 몸이 점점 약해져서 다시 지구에 오면 견디기가 어려워. 특히 노인분들은 우주양로원에 적응하면 다시는 지구에 내려올 수 없어. 뼈나 근육이 약해져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어.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 … 그럼 할아버지도 거기 가면 다시 못 오시겠네?

- 그래, 그래서 아빠는 할아버지가 거기 안 가셨으면 좋겠어. 너도 할아버지랑 영원히 바이바이하고 싶진 않지?

- 응.

- 아버지, 꼭 가셔야겠어요?

- … 너 솔직히 말해보자. 내가 남은 재산을 다 우주양로원 가는 데 쓰려는 게 못마땅해서 그런 거 아니니?

-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쓰고 살 만큼 재산은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거기에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온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저희들하고 영영 이별해도 상관없으세요?

- 24시간 아무 때나 입체영상 전화가 가능한데 이별은 무슨 이별. 나이 드니까 몸이 힘들어 이제 죽기 전까지는 저중력 상태에서 좀 편히 살겠다는데 그게 잘못이니? 내 입장에서 좀 생각해 봐라. 나 지구에서 살 만큼 살았잖니. 앞으로 잘해야 10년, 20년인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 거길 가면 몸과 마음이 다 편할 텐데 굳이 지구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만 할 이유를 모르겠다.

- 우주양로원에 가는 로켓에 탔다가 가속도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도 있잖아요.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라고요.

- 비행기 사고 난다고 비행기 안 타니?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주양로원 왕복선 운행을 중지했겠지. 네 걱정은 이해한다만 이제 그만 날 놔 줘라. 네가 동의서에 서명을 해줘야 출발수속을 밟을 수가 있어.

- 아빠, 할아버지 가시기로 했어?

- 그래, 하늘나라로 가신단다.

- 정말 다시는 못 돌아오셔?

- 응. 옛날부터 하늘나라는 한번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오는 곳이야….

최근 우주개발을 향한 긍정적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우주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세기 냉전시대에 미국과 옛 소련은 체제 경쟁의 차원에서 강력한 우주개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으로 승부가 갈리자 그 열기는 식고 말았다. 그 뒤로는 인공위성 등 경제적·사회적 실용성이 검증된 일부 분야 외에는 사실상 인류의 우주개발은 멈춘 것이나 다름없었다.

엊그제 미국의 로봇 우주탐사선 인사이트가 무사히 화성에 착륙했다. 어제는 한국형 로켓엔진을 탑재한 발사체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산업체 ‘스페이스X’는 재활용 가능한 로켓발사체를 개발했고, 중국은 이미 유인우주선 분야에서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션>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으로 일반인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오르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주개발 르네상스는 다시 오는 것일까?

관건은 역시 우주개발의 경제적 효용성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좋은 예는 룩셈부르크 모델이다. 인구 60만명에 불과한 소국 룩셈부르크는 소행성 등에서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우주광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제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의 우주개발 전략은 우주 진출의 전 과정을 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주에 나가기 위한 발사체는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보유한 로켓을 빌리면 된다. 그러나 일단 달이나 소행성에 도착하면 그다음에 광물자원을 캐는 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주개발에는 틈새시장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접근이 아니고서는 우주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인공위성 수출국인 우리나라가 미래에, 이를테면 우주양로원 건설의 선두주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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