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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요구 여론이 다시 빗발치고 있다. 흉포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여론의 엄벌 요구는 정당하고 타당하며,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등의 국민 법 감정을 충족할 수 있는 법률 개정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소년법을 폐지하면 비행초기 단계의 위기청소년들을 교정·교화할 근거가 없어지고,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오히려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보호처분의 활성화·내실화를 통해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정책이 합리적이다.

극단적인 엄벌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소년원 운영 등 보호처분의 내실화와 관련된 정책은 주목을 받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최근 정부가 민영소년원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대다수 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소년보호업무의 민간 위탁이라는 중대한 이슈에 무관심했다.

국가의 관리·감독을 벗어난 민영소년원은 예산과 인력 부족에 직면하여 보호소년에 대한 인권친화적인 처우 및 교정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국영소년원 운영의 실패를 민간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소년원은 수용시설이자 교육기관이므로 수용안정과 교육의 내실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내재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 탓에 소년원 학교 담임은 수용관리를 위한 당직근무와 학생 교육을 위해 주 8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부족으로 인한 과밀수용은 보호소년 상호 간 인권침해의 원인이 된다. 소년원은 피해학생 보호는 물론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와 처우과정에서 가해학생의 인권 또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과 인성교육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 소년원 학교이기 때문이다.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보듯 보호처분 집행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이고, 님비현상으로 인해 시설 확충은 요원하기만 하다. 따라서 민영소년원 도입은 국영소년원의 과밀수용을 일부 해소하고, 소년의 인권보호와 다양한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곳도, 돌아가야 할 곳도 결국 사회이므로 소년범에 대한 책임의식은 국가와 민간이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임의식의 공유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이라는 소년사법의 목적을 지향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자원 활용이 필요하다.

그간 소년원은 민간 자원봉사자와 종교단체에 교육 참여 기회를 주면서 소년원생에 대한 편견 해소 및 교정교육 효과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더욱이 소년사법 운용을 위한 유엔 최저기준 규칙은 가능한 모든 사회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극적 수단을 동원하도록 한다.

향후 법무부는 민영소년원 운영자 선정에 있어 수탁자의 인력·조직·시설·재정능력 및 공신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적절한 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소년원의 담장이 낮아질수록 보호소년에 대한 인권처우 및 교정교육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국영소년원과 민영소년원의 교류와 경쟁은 소년범죄의 재범률 감소와 소년범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로 이어져 원활한 사회 재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최원훈 | 법무부 대전소년원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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