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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달 25일 서해에서 진행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27일 발표한 상세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가 아주 약간 내렸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고된 실패였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10㎜의 비가 2시간 이상은 내려야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공강우 기술로는 시간당 고작 1㎜가 늘어나는 정도다. 게다가 인공강우 실험의 영향권은 100~200㎢ 정도의 국지적인 범위라 시민들의 기대처럼 서해상에 ‘커튼’을 칠 정도도 못된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2일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를 걷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그럼에도 인공강우 실험에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강우 등 새로운 방안의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갑갑한 국민들의 마음을 씻어내는 심정으로 인공강우 실험이라도 시도했을 것이다.

예정된 실험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을 추가한 것이고, 장기적으로 과학기술을 축적한다는 측면에선 무조건 나무랄 일은 못된다. 문제는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부랴부랴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벌이는 게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다.

정부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기우제’가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전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여겨서도 안된다. 그리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더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계절은 봄으로 변하고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보여주기’ 대책으로는 잠시 눈을 돌릴 뿐, 근본적 해결 방안은 될 수 없다.

<배문규 | 정책사회부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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