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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업광고 3편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개그맨 유세윤씨를 모델로 내세운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선두를 끊었다. 논란은 유씨가 과거 했던 발언 때문에 불거졌다. 그는 2015년 ‘옹달샘’ 시절 진행했던 팟캐스트에서 여성 등 소수자 혐오 발언을 수차례 쏟아내 물의를 빚은 바 있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 중에는 기존 한국 대중문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페미니즘,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적극적 이용자들이 많다. 유씨가 등장한 광고가 올라오자마자 비판이 들끓었고, 넷플릭스는 3시간 만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의 광고가 뒤를 이었다. 방송인 전현무씨를 등장시킨 광고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SNS엔 비판 글이 폭주했다. 이 역시 삭제라는 운명을 맞이했다. 전씨는 방송에서 여성의 외모를 지적하는 발언 등을 자주해 ‘전혐무’로 불리기도 했다. SNS엔 “소비자층 파악 못하고 부장님들 좋아하는 전현무를 모델로 써 편하게 브랜드를 말아먹었다”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넷플릭스 모델 유세윤, 에뛰드 모델 전현무, 이제 국세청 모델 박근혜 하면 되겠네”라는 글은 누리꾼들이 광고를 보며 느낀 당혹감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은 유니클로 광고가 장식했다. 유니클로는 정장바지를 입은 남성이 정장치마를 입은 여성의 ‘편안함’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저항’을 표현한 남성들 주변에는 그들이 부러워하는 꽉 끼는 정장치마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등장해 아이러니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그 불편하다는 바지 못 입어서 서양 여자들이 투쟁한 세월이 얼마인데. 한국에선 아직도 여학생들이 바지 입고 싶어도 못 입게 하는 학교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장치마를 입은 남성을 등장시킨 패러디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일련의 ‘광고 사태’는 성평등, 젠더의식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들이 ‘고객’을 파악하는 데 얼마나 게으른지 보여준다. “소비자 기만행위” “의사결정권자 중에 여자가 하나도 없나”라는 반응들을 귀담아듣지 않으면 애써 돈 들여 제작한 광고를 쓰지도 못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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