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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금요일,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 후 내려올 때의 일이다. 잠시 쉬었다 가려고 백운대 휴게소 옆 샘물가에 갔는데 서서히 헬기 소리가 커지더니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낙엽이 소용돌이치며 얼굴을 때리고 시야를 가렸다.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강해, 주저앉아 몸을 웅크리고 모자를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설상가상으로 사람 키보다도 큰 드럼통 여러 개가 무섭게 굴러다녔고, 그 과정에서 드럼통에 맞아 허벅지에 크게 피멍이 들고 부어올랐다. 말 그대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헬기가 사라진 후 휴게소 국립공원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데 직원의 반응에 나는 놀랐다. 직원은 저기에 가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은 그 설명을 못 들을 수 있다’ ‘헬기가 들어올 동안은 제대로 통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자, 직원은 ‘그럼 내가 뭘 해줘야 하냐’며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 직원이니 차라리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에 연락하라’고 했다.
직원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거니, 용암사라는 절에 공사 장비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다니면 안되는 길로 지나가서 생긴 일로, 책임은 강북구에 있다고 했다. 이번엔 강북구청에 전화를 걸어 또 한참을 설명하니,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니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고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북한산 내 작업 처리 방식과 직원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등산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공사 명목으로 다니면 안되는 경로로 헬기를 띄워 언제든 등산객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으며, 그래놓고도 잘못이 없다, 책임은 다른 곳에 있다고 미루기에 급급하니 말이다. 이 정도의 안전의식을 가진 직원들을 신뢰하고 산에 갔다가 더 큰일을 당했으면 어땠을까 싶어 모골이 송연해진다. 단풍철을 맞아 북한산을 찾을 많은 등산객들에게 이를 꼭 알리고 싶다.
<황성혜 | 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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