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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7일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확정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들을 선임해 오는 24일 공식 추인받게 되면 비대위체제가 출범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하고도 반성은커녕 알량한 밥그릇 싸움에 나락으로 빠져들던 한국당이 가까스로 비대위체제를 꾸려 재건을 도모하게 되는 셈이다. 침몰 직전의 난파선에서 그저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낯뜨거운 계파싸움만 벌여온 행적을 감안하면, ‘김병준 비대위’가 생살을 도려내는 인적 쇄신과 당 혁신의 길을 닦을 수 있을까 회의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벌써부터 비대위의 권한을 놓고 ‘전권형’과 ‘관리형’으로 비박계와 친박계가 맞서고 있다. 비대위에 인적 청산 등 전권 지도부의 권한을 부여해도 될동말동한 상황이다. 계파 간 타협으로 이름만 ‘비상’대책위가 꾸려진다면 귀결은 뻔하다. 과거 위기 때마다 등장했던 대로 적당히 개혁 시늉만 내면서 당 간판만 바꾸고 할 일 다했다는 식으로 그치게 될 터이다.

보수정치의 중심을 자처하는 제1 야당이 불과 6석의 정의당과 같은 1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지방선거에서 탄핵을 당하고도 진정 성찰하고 쇄신의 각오는 보여주지 못한 채, 막말과 추태로 얼룩진 계파싸움만 벌여왔으니 시민들이 한 가닥 남은 기대마저 접고 있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가 가야 할 길은 나와 있다. 한국당을 갉아먹는 친박계와 비박계, 복당파와 잔류파 등속의 계파 청산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인적 쇄신 작업이 급선무다. 인적 쇄신 없이 ‘그 밥에 그 나물’ 수준으로 당의 얼굴을 바꾸는 이벤트식 ‘쇄신쇼’에 그친다면 ‘도로 한국당’에 불과하다. 수구반동적 구태와 결별하고 당의 낡은 이념의 틀을 허물어야 한다.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구조를 논의하는 상황에서도 철 지난 색깔론만 펄럭여온 퇴행을 반성하고, 보수의 가치를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추동할 인물이 수혈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득권은 전부 내려 놓고 이념도, 노선도, 인물도 모두 바꾸어 완전히 다른 정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국당의 출구가 열릴 수 있다. 그간 한국당이 보여온 지리멸렬과 패거리 행태에 비춰볼 때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말 그대로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 없이는 한국당이 다시 살아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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