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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 70주년을 맞이한 중요한 시기에 마침 20대 국회의장 2기 임기가 시작되었다. 헌법이 보장한 3권 분립-권력의 균형과 견제-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호기이다.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 말대로 이제 정치의 중심을 의회로 옮겨와서 알차게 여야 간 정책협치와 진정성의 정치를 실현할 때이다. 왜냐하면 국회는 촛불시민자율혁명의 토대 위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가 대개혁과 평화 정착, 민생안정과 혁신기반 경제성장을 위해 100대 국정과제를 잘 추진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바른 입법 속행을 통해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민주개혁세력은 온 자원을 쏟아붓고 촛불혁명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국가개조와 동아시아 공존을 위해 모든 정치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13일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손을 들어 동료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무엇보다도 20대 국회는 1987년 헌법체제를 지양해야 한다. 21세기 선진 한국으로 도약하려면, 그리고 새롭고 건강한 민주공화국을 형성하려면 헌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올 상반기 일부 야당의 ‘몽니 정치’에 의해 좌절되었던 개헌 작업을 즉시 재개하여 올해 개헌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경우 헌법 전문에 2016~2017년 촛불혁명을 명기하고, 또한 헌법 부칙에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공권력 행사과정에 자행된 잘못과 비리를 시정하기 위한 이행기 정의 확립방안을 명시해야 한다. 8·15 광복 이후 ‘반민족행위자처벌법’과 4·19 혁명 이후 ‘반민주행위자 공민권 제한법’ 등이 뒤이은 독재 권력에 의해 유야무야되었던 곡절을 청산, 극복하기 위해 이런 헌법 부칙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헌정질서 유지와 안정을 꾀하고, 악행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의 기록사업 역시 역사 법정에서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20대 국회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비준함으로써 정부 간 남북회담 성과를 제도화하고, 미래지향적 남북관계 발전과 정상화를 위한 법적 토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1회성 행사에 그치고 말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남북관계를 안정적 방향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7·4 공동선언과 12·13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등이 그동안 극장정치의 1회용 제물이 되고만 아쉬움이 크다. 이제 한때의 흥행이 아니라 합의 이행과 실천에 치중할 때이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를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국회의 4·27 선언 비준은 한반도 평화공존과 민족연합 형성의 법적 준거를 확보하고, 남북 간 신뢰를 더욱 쌓게 할 것이고, 남북국회회담의 위상도 더 한층 높아지게 해 줄 것이다. 나아가 국회는 국제인권규약 및 국제노동협약 등도 비준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과 노동자 보호,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국제협약 등을 모두 비준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인권·정의·생태국가, 선진문명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법제 정착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셋째, 20대 국회는 선거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 기존 국회에서는 의회권력의 기득권 유지와 양당구조를 고착시켰던 ‘꼼수 정치’를 구사해 왔다. 이 바람에 아예 선거법 개정을 미루거나 고의로 기피해 왔다. 이런 탓에 대의민주제는 점차 왜곡되어 왔고, 국민들은 의회 정치를 불신하게 되었다. 이런 정치왜곡과 정당불신, 정치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은 자발적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적극적으로 대변, 반영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거대 양당으로만 과도하게 쏠리게 되어 있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한다면 정치권은 즉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축출되고 말 것이다.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비준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성하고 중대한 권한이다. 주권자이자 헌법 제정 권력자임을 분명히 자임하는 촛불시민들은 이 국회 권력을 국민 다수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주권자들은 지역주의 사당의 이권이나 특정 재벌의 이해를 반영하려는 권력 남용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용인하지 못한다. 그 대신 아직도 장기갈등에 시달리며 거리와 고공철탑에서 농성하고 있는 쌍용자동차·파인텍 노조원 등 일하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같이 나누는 치유의 정치를 촉구한다. 그리고 영세중소기업주와 서민들의 애환을 귀담아듣고, 이들을 위한 유권자 지향형 현장정치와 정당 간 정책협치를 통해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이 속속 이루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허상수 | (사)한국사회과학협의회 이사장·전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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