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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19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목포해경은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 세력을 기다리다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연한 결과다. 사법부는 앞서 선주 일가, 선장과 선원, 해경 직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개개인에 대한 단죄에 이어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법리적으로 명시한 의미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3개월 만이요, 재판이 시작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 책임이라는 당연한 판결을 내리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를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4년여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허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씩 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도서관 서울기록문화관에 걸린 세월호 추본 리본.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을 당하고 대통령은 사고 후 7시간 동안 긴급회의는 물론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정부 기관은 세월호가 기울어 침몰하기까지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구조를 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전원 구조’ 같은 잘못된 보고를 양산하고, 대통령에게 보여줄 사고현장의 동영상 따위를 확보하는 데 급급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결정적인 순간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가 전체가 제자리에서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 어디에서도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참사 이후엔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유족들을 조롱하고, 특별조사위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유족들은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우리가 소송을 낸 목적은 단순히 정부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었다. 도대체 국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유족들의 분노와 아쉬움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및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가 승소한뒤 기자회견을 여는동안 유가족들이 슬픔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유족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국가 책임과는 별도로 진상을 정확히 밝혀내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마땅하다. 304명의 희생자들이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동안 국가는 뭘 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게 밝혀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사회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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