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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강서 특수학교설립비상대책위원회, 김성태 국회의원과 함께 강서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는 장애인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무릎호소’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온 서진학교 신축이 본격화하게 됐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주민과의 소통으로 해결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 손동호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 비대위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권호욱 기자

그러나 합의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턱대고 박수만 칠 수는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에는 향후 통폐합되는 학교부지에 한방병원을 우선 건립하고, 옛 학교부지에 주민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기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서진학교가 들어서는 학교부지는 서울시교육청 소유여서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교육청이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약사업을 지지하고 행정적으로 불필요한 ‘합의’까지 도출한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학생 부모들이 “의무교육기관인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대가성 합의’를 맺어 기피시설처럼 인식되게 했다”고 비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에는 2018년 8월 현재 국립 3곳, 공립 8곳, 사립 19곳 등 30곳의 특수학교에 장애학생 3789명이 재학 중이다. 장애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이다. 과밀학급,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 등으로 특수교육의 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런 상태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 첫 사업인 서진학교 설립은 2002년 경운학교 개교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현재 서초구에는 나래학교를 신축 중이고, 중랑구에 동진학교(가칭) 신설이 예정돼 있다. 이 와중에 서진학교의 ‘합의’는 이들 학교 설립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이 반발하면 또다시 합의를 위해 대가를 제시할 것인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그 책임에는 특수학교 건립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포함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서진학교 설립에서 보듯 님비 현상은 여전하다. 그러나 장애와 비장애는 둘이 아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차별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특수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상생 모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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