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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새누리당 완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인 서울 관악을과 인천 서·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 등 수도권 3곳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새정치연합의 아성인 광주 서을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되고 ‘정권 평가’의 성격이 강해진 상황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참패가 도드라진다. 새정치연합은
민심의 척도라 할 수도권에서 여당에 완패를 당했고, 소선거구제로 전환된 1988년 이래 27년 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광주
서을에서도 더블 스코어 차이로 패했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직격탄을 맞게 됐고, 야권 재편의 소용돌이가 커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승리로 김무성 체제가 보다 공고해지고 정국 주도권을 잡을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선거는 야권의 분열 구도를 전제하더라도, 정권의 대형 부패 의혹으로 야당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는
새정치연합이 정권의 실정과 부패에 들끓는 민심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성완종 사태’의 반사이득에만 기대어
구태의연한 선거 전략, 제1야당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됐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7·31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참패한 것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징표다. 문재인 대표는 당 혁신을 외치면서도 구체적
실행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경제정당론’을 주창하면서도 피부에 와닿는 대안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당이 ‘성완종 사면’
문제를 내세워 사태의 쟁점을 흐리고 본질을 호도하는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선거 막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 사면’을 부각시켜 ‘여도 야도 똑같다’는 프레임을 만들 때도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4·29 재보선 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향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무엇보다 광주 서을에서 ‘호남 정치 부활’을 내건 천정배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로 참배한 것은 새정치연합에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
체제의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존재를 위협받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결과를 반성과 성찰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야권 분열 탓으로 자기변호를 하며 혁신을 방기할 경우, 내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에서도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선거 의미를 오독해서는 안된다. 선거 승리는 스스로 잘해 거둔 게 아니라는 것을 새누리당도 알 것이다. 서울 관악을
승리는 야권표의 분산으로 인한 어부지리 측면이 크다. 유권자들은 미덥지 않은 야당에 등을 돌렸으나, 정부·여당의 실정을 용인한
것은 아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가 들춰낸 정권 부패 의혹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선거 승리에 취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적당히 덮고,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자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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