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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수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세금을 깎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을 더 거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현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법개정안대로라면 5년에 걸쳐 1조66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생기는 데 그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반적인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소득 과세의 취약점을 미세조정하고 공평과세를 확립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법개정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부자 증세’로 방향을 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제개편안 보고하는 박재완 장관 (경향신문DB)


증세 부문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6일 발표한 ‘2012 세제개편안’과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현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높였지만 정부는 현 수준을 유지했다. 각종 비과세나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 기준인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15%로 올리는 것만 같을 뿐이다. 정부는 소득세 부문도 손대지 않았다. 정권 말기에 소득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크게 낮췄다. 정부가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을 얼마나 꺼리고 있는지 거듭 확인된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자 감세’ 방안을 줄줄이 내놓았다. 해외 골프 수요를 국내로 끌어오기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감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수 진작에 별 효과도 없으면서 연간 3000억원의 세금 수입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도 반대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중견기업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확대해 상속세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중견 장수기업 육성으로 고용 창출을 꾀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값비싼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도 부자에게만 혜택을 줄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두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마저 침체하면 정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를 확대하고 정부 역할을 강화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평과세를 꾀하면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길밖에 없다. 감세 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은 명백히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그것에 집착하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야가 올 정기국회에서 세법(세제)개편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 당리당략 차원을 떠나 나라 장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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