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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이 트위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를 겨냥해 “그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의 파상적 공세는 물론이고 평소 이 의원에게 신뢰를 보내온 진보 진영의 인사들까지 그의 막말을 성토하고 나섰다. 여당 쪽에선 그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의원이 마지못해 ‘본의 아닌 표현’이라거나 ‘유감’이라는 언사를 빌려 파문 진화를 시도했으나 분노만 키우고 있다.


발단은 이 의원이 지난 5일 새누리당의 돈 공천 의혹과 관련해 자기 트위터에 “공천 헌금의 수지 계산은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라고 올린 글이다. 누리꾼이 ‘그년’이란 표현을 문제삼자 이 의원은 ‘그녀는’의 줄인 말이라거나 ‘그녀는’의 오타라고 변명하더니 이튿날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왠지 ‘그년’이라는 말을 그냥 고집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사실상 욕설이라는 실토다. 문제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누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지를 따질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은 물론이고 이성마저 잃은 듯한 발언이다.


이종걸 의원은 사과하라 (경향신문DB)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오에 대한 이 의원과 민주당의 대처 방식이다. 줄인 말이라거나 오타라는 변명에만 그친 게 아니다. 이 의원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년이란 표현은 약하다. 더 세게 하지’ ‘이종걸이 너무 무르다’는 말씀을 해준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인격 살인이자 명백한 여성비하다. 이쯤이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이 의원의 과오를 지적하고, 사과를 종용했어야 했다. 일견 언어의 경연장이라 할 수 있는 정치에서 말의 가치는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하물며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막말과 욕설을 불사하는 이 현실을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판의 살풍경으로만 받아넘기기엔 서글프다.


우리는 이 의원이 마땅히 사과할 걸로 보고 나흘을 지켜봤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인권변호사로서의 품격과 양식을 믿었다. 그러나 그는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어제 오전에서야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군색하고 옹졸한 태도다. 전날까지도 ‘무조건 엎드려 빌라’는 고교 친구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의 권유를 “유감을 거듭 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랐던 그다. 이 의원은 박 의원과 여성, 아니 국민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 사과하는 데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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