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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가 SJM 등 노사분규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빚어진 용역폭력 파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에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허용한 까닭은 국가가 자신들의 재산과 생명 등 총체적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기는커녕 용역폭력업체의 후원자나 ‘사설(私設) 폭력’이라는 범죄의 ‘공동정범’ 노릇을 한다면 존재해야 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17개 사업장 노조가 모여 결성한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이 그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용역폭력의 적나라한 실상을 공개했다고 한다. JW중외제약에서는 노조원들의 천막농성장에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쳐 흉기를 휘두르고 잠자고 있던 노조원들의 목을 조르는 등 심한 폭행을 가했다. 금속노조 한국3M지회 노조원들은 용역업체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대거 노조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SJM 공장 용역 경비원들이 철조망을 쳐놓고 정문을 지키고 있다. (경향신문DB)


1600일 넘게 농성 중인 재능교육에서는 용역들이 여성 노조원들에게 “성기에 전봇대를 박아버리겠다”는 등 끔찍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또 KEC에서는 용역들이 여성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던 기숙사에까지 난입해 강제로 끌어내는가 하면 1년 넘게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노조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것이다. 쌍용차 파업 당시에는 용역들이 노조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중상자가 속출하는데도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구경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러한 무법천지의 폭력이 전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활개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렵기만 하다. 아울러 이러한 폭력을 제지하기는커녕 방조하는 국가의 모습에 깊은 절망을 느끼게 된다. 


용역폭력의 근절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기껏해야 벌금형인 용역폭력 행위에 대해 징역형도 가능하게 하고, 용역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비업체뿐만 아니라 고용한 회사 측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경비업법을 개정하자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이 시행되면 분명히 일정한 효과를 거두겠지만 국가권력이 용역폭력과는 철저하게 결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행위가 없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17개 사업장뿐만 아니라 모든 노사분규 현장에서의 용역폭력 행사 과정에서 일관되고도 공통된 흐름이 있다면 바로 국가, 좁게는 정부의 관련당국들이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용역폭력과 관련한 정부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나 언론, 나아가 시민사회가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용역깡패 천국’으로 굳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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