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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어제부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기 위해 빈 화분에 민초들이 쓰는 모자를 닮은 패랭이 꽃씨를 심고 물을 주는 등 이벤트를 연출했다. 완전국민경선은 말 그대로 일반 국민들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경선의 성패를 거는 듯한 민주당의 모습이 이해된다.


패랭이 꽃에 물주는 민주당 지도부 (경향신문DB)


현실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경선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국민의 시선이 경선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막연하다. 야권 지지층의 관심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로 쏠리는 데다, 자체 후보들이 오십보백보식으로 경합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만한 전기를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선거인단 모집을 경선 후보 5명의 캠프별 총력 체제에 의탁해야 할 판이다. 2002년 160만명, 2007년 193만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했던 전례에 비춰 200만명 이상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나 많아야 150만명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경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완전국민경선은 2002년 ‘노풍’을 발현시킨 추억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들이라는 소중한 불씨를 살린 뒤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불쏘시개 삼아 경쟁력 있는 후보로 키운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문제는 그 때의 제도적 틀만 빌렸을 뿐 내용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경선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민주당이 경선에 관한 한 새누리당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전 당시 정치공학으로는 풀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노풍’처럼 국민을 흡인할 내용이 빈약해 보인다. 


국민경선은 그 제도 자체만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그 틀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채울 때 폭발력을 갖는다. 사실상 경선 출정식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를 겨냥한 공격만 있었을 뿐 정작 자신들에 대한 목소리가 없었다는 사실은 뭘 의미하는가. ‘안철수 현상’이나 ‘노풍’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과 미래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으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제2의 노풍을 기대하는 건 면목 없는 일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선거인단 늘리기보다 어떤 대선을 치를지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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