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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비용 부담을 놓고 한·미 양국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연속 한국의 말을 뒤집더니 어제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다른 말을 했다. 청와대는 그제 김 실장과 맥매스터 간 통화 후 미국이 사드 비용을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맥매스터는 어제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드와 관계된 문제는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의 말을 뒤집었다. 이제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를 만큼 뒤죽박죽되어버렸다.

청와대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언급한 내용은 한·미 간의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합의는 지키겠지만 재협상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기존 합의는 지킨다’는 말만 믿겠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견강부회다. 미 대통령에 이어 안보보좌관까지 가세해 다른 말을 하는데 무슨 근거로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해 협상용 발언을 했다며 따지기라도 하면 믿을 텐데 그런 대응도 없다. 더구나 청와대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기는커녕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넘기려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1주일만 버티자는 심산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미국의 결정은 하늘처럼 떠받들면서 시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자세를 용납하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미국으로부터 36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가 된 것도 모자라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들여오는 사드 비용까지 떠맡을 판이다. 알려지지 않는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무능과 한국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에 한국인의 마음만 멍들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정부 당국의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 실장 등 당국자들은 더 이상 사드 배치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새로운 협의·합의를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 경북 성주에서 강행 중인 사드 배치도 중단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옳다. 아울러 사드 배치 결정 과정과 합의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앞뒤 맞지 않는 설명으로 망신만 당하지 말고 왜 미국이 1조원 넘는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하는지부터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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