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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임 전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실패했다.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사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7월 23일 (출처:경향신문DB)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기초단계이며, 인신 구속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혐의 일부라도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해온 것이 관행이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가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데다, 담당 판사의 이력도 석연치 않다. 해당 판사는 영장이 청구됐던 박 전 처장이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할 때 배석판사를 지냈다. 서울중앙지법은 “함께 근무한 경력은 형사소송법상 재판 회피 사유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미 해당 판사와 박 전 처장의 관계를 들어 공정성 논란 가능성을 보도한 터다. 법원에서 지시하든, 본인이 선택하든 영장심사를 다른 영장전담 판사에게 넘기는 것이 옳았다.

애당초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도 법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대법원의 행태는 약속과 달랐다. 폐기되지 않은 임 전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하고, 자의적 기준으로 선별한 파일만 검찰에 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데이터가 디가우징으로 영구 삭제된 사실도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법원 내에서 자료를 열람한 뒤 복제하는 일은 허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 컴퓨터에서 의심스러운 문서를 발견하고도 여전히 법원의 거부로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왜 자신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지, 지금 ‘김명수 코트(court)’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시하기 바란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가능하다. ‘제 식구 감싸기’로는 시민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법원이 검찰 수사에 계속 협조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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