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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이 이륙 직후 수초 만에 추락했다. 이 사고는 안타깝게도 5명의 해병대원 목숨을 앗아갔다. 마린온 헬기는 국내 첫 국산기동헬기인 수리온을 해병대 작전에 맞도록 개조 개발한 헬기이다. 마린온은 함정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해상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각종 해상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서 가장 불안정한 기계가 헬리콥터라고 한다. 헬기는 회전하는 로터 블레이드(회전 날개)의 조작을 통해 양력과 추력을 발생시켜 비행하는 비행체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객기 등은 고정된 날개를 동체에 장착해 양력을 발생시키는 고정익 비행체이다. 헬기는 회전 날개를 이용하기 때문에 회전익 비행체라고 한다. 헬기는 고정익 비행체와 달리 이론적 해석 데이터와 실제 비행 데이터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그만큼 개발하는 데 무수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헬기는 제자리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정지상태에서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이 높다.

해병대는 18일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원 안)이 지난 17일 경북 포항의 해군 6항공전단 활주로 위를 시험비행하기 위해 이륙하던 중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필자는 5년 전에 해군 함정에서 운용되는 해상작전헬기의 사업추진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조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육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을 해상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40여종의 해상화 기술을 요구해 개조 개발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군은 가장 중요한 해상화 관련 기술 중 하나인 소형 함정의 격납고에 수납이 가능하도록 주 로터(회전 날개)뿐만 아니라 후방동체도 접이방식을 요구했다. 더구나 자동 접이방식을 요구해 국내기술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에 대한 소요(필요성) 제기가 있었으며 여기서는 수동 접이방식의 주 로터를 채택하였다.

이번 마린온의 추락 사고 초기에 필자는 사고 원인을 함정운용을 위한 주 로터의 접이식 구조에 따른 오작동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사고 영상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블레이드의 접는 부분에서의 볼트 등이 그대로 위치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따른 사고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CCTV에 촬영된 사고 영상을 자세히 보면 이륙 후 4~5초 만에 양력을 발생하는 주 로터에서 하나의 블레이드(날개)가 먼저 떨어져 나갔다. 이어서 마스트(기둥)를 포함한 주 로터시스템이 통째로 헬기 동체로부터 이탈하며 헬기가 추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 로터시스템이 통째로 이탈한 것은 1개의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가면서 대칭성을 잃고, 이어 마스트에 굽힘모멘트(Bending Moment)가 발생하며 튕겨나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결국 1개의 블레이드가 왜 먼저 떨어져 나갔는지 규명하는 것이 이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듯하다.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의 메인 로터(회전날개)가 부서진 채 놓여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그동안 심한 진동현상이 발생하여 진동저감장치에 장착된 진동완화(Damper)시스템의 부품인 베어링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진동현상 완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비행의 이륙 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조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제시한 CCTV 영상을 통해서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추정하기는 쉽지도 않아 보이고 장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블레이드와 같은 부서진 부품의 파단면의 형상을 보고 대략적인 사고 원인 추정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체적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유사한 추락 복원시험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마린온의 조기 전력화는 오랜 기간 항공전력을 갖추지 못한 해병대의 숙원사업이었다. 따라서 마린온의 개조 개발은 신속히 진행되었다. 약 2년 미만의 개발기간과 2015년 1월 초도비행 후 불과 1년6개월 뒤 전력화를 결정했다. 시험비행에만 수년이 소요되는 선진국의 개발기간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아직도 국내 무기체계개발사업에서는 소요제기에서 설계시작 단계까지 장기간을 허공에 날린다. 그리고 전력화 일정은 지켜야 한다는 요구사항 때문에 개발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개발일정을 마구잡이로 줄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신뢰성, 안전성 및 성능이 미흡한 무기체계개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참에 국내 무기체계개발사업의 비현실적인 관행을 제거하고 개발사업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또한, 섣불리 사고 원인을 예단하여 제2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은 무기체계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방산비리를 의심하지만, 사고의 발생 원인을 먼저 과학기술 측면에서 검증을 하고 무조건적인 의심과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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