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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의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탄핵 저지’ 총공세에 나섰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취지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제 살을 도려내겠다는 법관들의 충정을 폄훼하고 있다.

법관 탄핵 반대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탄핵은 헌법상 국회 권한이므로 법관회의가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논리다. 법관회의는 “(사법농단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향해 직접적으로 탄핵을 요구한 것이 아니며, 의결 내용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을 뿐 국회엔 보내지 않았다. 이런 의견표명이 삼권분립 위반이면, 한국당이 노골적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건 삼권분립 존중인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절차 개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명확한 근거가 없고 ‘기소 전’이라는 논리다. 법관회의 의결 직후 한국당은 “법관회의는 중대한 헌법위반이라고 단정하는 합리적 논거를 제시 못하고 있다.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하는 건 위험한 발상”(윤영석 수석대변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건과 진술만 봐도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연루 법관들의 재판개입 행태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재판 시작 여부도 탄핵절차 개시와 무관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파면은 박 전 대통령 기소 전에 이뤄졌다.

셋째, 법관회의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논리다. 한국당은 “법관회의가 특정 정치세력 의사를 대변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 언론은 10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이 정확히 과반(53명)인 점을 들어 대표성을 깎아내린다.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에 “탄핵 찬성 53명이 법관 2900명 양심 대표할 수 있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한 처사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회(의원 정수 300명)에서 151명의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됐을 때 ‘151명이 5000만 민의 대표할 수 있느냐’고 따져야 한다. 어떤 언론도 이런 질문을 한 적은 없을 터다.

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왜곡과 궤변을 당장 멈춰야  한다. 사법농단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너무도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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