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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근 30년 만에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일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법령 위반’으로 판단하고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되면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시 인권유린의 현장 1970~1980년대에 무고한 시민들을 가둬놓고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건물 전경. 문무일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 관계자의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20일 비상상고했다. 연합뉴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된 형제복지원에서는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구타와 폭행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이 국가의 전방위적 비호 속에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500여명에 이른다. 희생자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고 일부는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이유다. 검찰은 박인근 원장(2016년 사망)을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1989년 대법원은 횡령 등 가벼운 혐의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인 수용 조치였다는 게 판결의 근거다. 형제복지원의 참상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피해자 한종선씨가 1인 시위에 나서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피해 생존자들은 거리로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해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이 사건을 국가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 축소·은폐의 책임을 들어 공식 사과와 비상상고 신청을 권고했다. 문 총장은 비상상고와 별도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검찰의 부실수사 등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제라도 새로이 드러난 사실과 증거들을 바탕으로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이미 30년을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하루라도 더 고통의 시간을 보탠다면 국회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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