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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실시간 검열’ 논란을 부른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 허가서) 발부율이 9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펴낸 ‘2014년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감청 영장은 167건이 청구돼 157건이 발부됐다. 검찰이 100건 청구하면 법원이 6건만 기각한 셈이다. 감청 영장은 피의자의 전화, 팩스, e메일, 인터넷 통신, 모바일 메신저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간 청취해 범죄 내용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이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발부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도 감청에 대해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보를 위해 보충적 수단으로 이용돼야 하며,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법원은 법 취지대로 신중하게 영장을 심사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카카오톡 등 문자 위주의 모바일 메신저는 현재 기술로는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관행적으로 감청 영장을 청구하고, 업체는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며칠 단위로 모아 제출해왔다. 대법원 판례상 감청에 해당하려면, 송수신되는 순간에 내용을 가로채는 ‘현재성’이 있어야 한다. 송수신이 끝나 서버에 저장된 대화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대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알면서도 한 번 발부받으면 두 달까지 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 대신 감청 영장을 청구해왔다고 한다. 법원도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감청 영장이 청구되면 실시간 감청이 불가한 만큼 기각해야 했으나 관행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사실상 검찰과 법원의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산하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사이버 수사 과정에서 대상과 범위,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영장을 청구해왔다.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불러온 수사 편의주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열쇠는 법원이 쥐고 있다. 감청 영장은 물론이려니와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엄정한 기준을 세워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내달라는 대로 다 내주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법원은 시민의 정보인권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법과 제도 정비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디지털정보 수집을 엄격히 제한하고, 시민이 개인정보 통제권을 민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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