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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보은 인사 논란을 빚었던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하고 어제 중국으로 출국을 강행했다. 김 총재의 출국은 의도적으로 국감을 회피하려는 목적인 게 분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진즉 여야 합의로 23일 대한적십자사 국감에 김 총재를 출석시키기로 하고 증인 요청을 했으나, 김 총재는 뒤늦게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히 보건복지위가 재차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 총재는 여당 간사도 모르게 당초 예정 시간을 앞당겨 몰래 출국했다. 오로지 국감을 회피하기 위해 뺑소니를 친 것이나 진배없다.


1987년 민주화로 국감이 부활된 뒤 일반 증인이 아닌 기관 증인이 국감 출석을 거부하고 해외로 나간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민의 성금과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국감 기관으로 선정돼 감사를 받아 왔다. 한적 총재는 일반 증인이 아니라 헌법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기관 증인으로 법적 의무를 지닌다. 김 총재가 다분히 면피성 해외출장으로 국감을 거부한 것은 입법부의 권위를 무시하고 국회를 모독하는 태도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 복지위원들조차 “국회 무시”라고 격분할까 싶다.

김성주 제28대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_ 연합뉴스


김 총재는 지난달 한적 총재로 선출될 때 “보은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적십자 정신과 원칙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기업인 출신을 한적 총재에 앉힌 것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보은 차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김 총재는 최근 5년 동안 적십자사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자격 미달’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번 국감은 김 총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을 검증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김 총재로서도 국민 앞에 나와 한적 총재로서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각종 논란에 입장을 밝혔어야 마땅하다. 무엇이 두려워 법적 의무조차 팽개치며 뺑소니치듯 출국해 국감 출석을 모면하려는가.

국회는 김 총재의 국회와 국민 무시 행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김 총재가 23일 국감에 나오지 않으면 귀국 후 새로 국감 일자를 잡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출석을 강제해야 한다. 그래도 거부하면 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국회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법에 따른 기관 증인이 국감 출석을 거부해도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면 국회의 권위는 세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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