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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보석을 조속히 취소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고 한다. 정 부대표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자신의 집시법 위반 사건 조사 과정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공개해 사이버 사찰 논란을 불렀다. 검찰은 그의 보석 취하 사유로 “카카오톡 논란으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을 앞세웠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는가. 검찰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

보석 취하 요청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번 정 부대표 사례는 누가 봐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검찰은 “카카오톡 사태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법원의 결정이 늦어져 재차 촉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정 부대표의 보석 취하 요구는 명백한 ‘괘씸죄’다. 그의 폭로를 계기로 검경의 무리한 사이버 수사가 도마에 오르자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정부 공권력에 저항하면 누구든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참 후안무치한 일 아닌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경찰로부터 카카오톡을 압수수색 받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취하 사유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은 “정당한 과학 수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으로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고 선량한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와 아무 연관도 없는 제3자의 은밀한 대화내용까지 들춰보는 게 정당한 법 집행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이버 사전 검열을 하겠다며 공포감을 조성한 게 누구인가. 또 선량한 기업 피해는 무슨 말인가. 경찰의 전화 한 통화에 고객 보호는 아랑곳없이 감청 영장 자료를 통째 갖다 바친 다음카카오다.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알아서 기었으니 선의의 피해자라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정당한 법 집행은 몰라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잘못된 정 부대표의 보석 취하 요청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사이버 불안을 쟁점화한 그에게 상은 못 줄지언정 괘씸죄라니 가당치도 않다.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감은 누군가를 겁주고 보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누차 지적했듯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검찰이다. 당국의 무차별적인 사이버 압수수색이 계속되는 한 사이버 망명객만 양산할 뿐이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인터넷 강국 한국의 위상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추락할 위기에 몰린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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